LA 시의회가 한인타운 6가 일부 구간을 보행자 전용으로 만드는 시범 프로그램을 통과시켰다. 시의회 산하 교통위원회에서 승인된 데 이어 본회의에서도 반대 없이 가결되면서, 당국이 놀만디 애비뉴와 사우스 캐탈리나 스트릿까지의 6가 구간이 주말 동안 ‘차 없는 거리’로 바꾸는 프로그램을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와 함께 주민들과 기타 이해 관계자, 연령, 인종, 성별 등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 및 의견 수렴도 진행한다. 영구화를 고려하기 위해서 인데, 해당 구간을 ‘오픈 스페이스’(공공 여가 공간) 또는 작은 공원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본회의 통과 전인 11일까지 시의회에 총 28건의 공식 주민 의견이 접수됐는데, 영향을 받는 인구를 고려하면 소수지만, 이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흐름은 찬성이 많다는 것이다. 28건 중 반대는 1건에 불과했다. 이는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참고자료로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안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시의회에 공식 주민 의견을 접수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운 생활 전선에서 이를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경우 등이 부지기수니, 시범 프로그램 중 특히 인접 주민이나 상가 업주 등을 대상으로 한 당국의 적극적인 여론조사는 매우 중요해 보인다. 또한 현재까지는 시의회 공식 의견 제출자들 가운데 한인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공개된 찬성 의견들은 공통적으로 한인타운의 심각한 여가 공간 및 공원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이 외에도 보행 안전, 교통 사고 위험 감소, 환경 개선, 주민 교류 활성화 등의 이유도 자주 언급됐다. “차량 통행을 막으면 더 매력적인 장소가 되고, 지역 상권 보행 유입을 늘릴 것”이라며 걷는 공간이 늘어나면 손님 발길도 늘어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제기될 수 있는 반대 의견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교통 혼잡과 주차난이 상존하는 한인타운에서 도로 공간을 없애는 방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서는 상권에도 양면성이 존재하는 만큼, 6가 해당 구간을 막게 되면 주차나 차량 접근 문제로 일부 상권이 되레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만약 이 방안이 영구화돼 여가 공간 및 공원으로 확대할 경우, 노숙자 유입 문제나 공원 환경 관리 문제에 대해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었다.
분명 보행자 전용화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안전한 보행 환경을 제공하며, 상권에도 활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교통·주차 문제나 특정 주민들의 불편을 외면한다면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찬성과 반대의 균형 잡힌 논의다. 이러한 관점에서, 찬성하든 반대하든, 한인 사회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참여해야 할 것이다.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영구화까지 추진되더라도, 시의원실과 시당국이 그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우려들을 잘 보완하고, 해당 정책이 한인타운의 특성과 주민들의 필요를 반영한 올바른 방향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가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설계하고 진행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안건은 단순히 한인타운이나 특정 도로 구간의 교통 정책을 넘어, LA 전반적으로 고밀도 지역에서 공공 공간 확보와 보행자 중심 도시 설계에 대한 논의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계자들 사이에서 주목되고 있다.
한인타운은 이제 LA에서 새로운 도시 실험의 현장이 되고 있다. 이 변화가 한인사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지, 아니면 불편을 가중할지는 우리의 참여와 목소리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찬성·반대의 이분법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올바른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인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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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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