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주 주택시장 ‘위기’
▶ 3년 동안 50%씩 상승
▶ 보험 공백 지대 확산
▶ 한인 가정들도 직격탄

가주를 비롯, 미 전역에서 주택 보험료가 급등하며 보험을 갱신하지 못하거나 신규 가입을 포기하는 중산층 가정이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한 주택가 전경. [로이터]
주택 소유주들의 마지막 방패막이로 여겨졌던 주택보험이 보험료 급등으로 무너지고 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중산층 가정이 보험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신규 가입을 포기하면서 ‘주택보험 위기’가 현실로 와닿는 모습이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소유주의 약 7%가 보험 없이 살았으며, 이 가운데 43%는 “보험료가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는 보험료 상승이 단순한 부담을 넘어 중산층 가계의 주거 안정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실제 수치도 충격적이다. 중간 수준 신용을 가진 사람이 35만달러 상당의 주택을 재건축하는 기준으로 책정된 평균 보험료는 연간 3,303달러에 달한다. 불과 3년 만에 24%나 오른 것으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1%)의 두 배를 넘는다. 보험정보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전국 평균 주택보험료는 해마다 7~9%씩 상승했으며, 일부 주는 두 자릿수 폭등을 기록했다.
주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유타주의 평균 보험료는 최근 3년간 무려 59% 뛰었고, 일리노이 50%, 애리조나 48%, 펜실베이니아 44% 등 폭등한 지역이 속출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텍사스 등과 같이 기후재해가 잦은 주는 보험사들의 신규 인수 거부와 계약 해지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보험 공백이 확대되는 실정이다.
보험 업계는 보험료 급등의 원인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증가, 건축 자재비 및 인건비 상승, 소송 비용 확대 등을 꼽고 있지만, 소비자 단체는 “(보험업계가) 기후 위기를 빌미로 과도한 이익을 추구한다”며 정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소비자연맹(CFA)의 더그 헬러 보험국장은 “보험사들이 합리적 책정 대신 차별적 언더라이팅으로 수많은 미국인을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다”며 “이는 탐욕과 규제 실패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 감시단체 ‘컨슈머 워치독’은 대형 보험사들이 산불 피해 가정에 보상액을 터무니없이 축소 지급하는 관행을 지적했다. 실제로 파사데나의 로사나 발베르데 부부는 지난 1월 산불로 주택이 독성 연기에 오염돼 사용할 수 없게 됐지만, 보험사 스테이트팜은 단순 청소 비용만 반영해 7만달러를 지급했다. 복원비용이 30만달러에 달하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금액이었다. 발베르데는 “30년간 성실히 보험료를 냈지만 돌아온 건 배신과 모욕뿐”이라며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토로했다.
한인 사회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지난해 주택 보험 갱신 때 보험료가 연간 2,800달러에서 4,200달러로 껑충 뛰었다”며 “아이 학자금에 생활비까지 감당하기 벅차 결국 보험을 해지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집에 문제가 생기면 막막하겠지만 당장 매달 빠져나가는 보험료부터 버겁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주택 보험위기를 경감하려면 규제 당국과 보험사 간 통 큰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택보험 위기’가 단순한 경제 현상을 넘어 중산층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 재무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후재해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보험료 안정화 정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중산층조차 주택 소유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보험료 급등은 단순한 주거 문제를 넘어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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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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