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정부 원전정책 불확실성 탓
▶ 원청 발주 감소 속 경쟁 심화
▶ 관련업체 매출 10% 이상 급감
▶ AI 전력수요 폭증 대비 ‘비상등’
경남 창원에서 소형모듈원전(SMR) 기계·부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A사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후폭풍으로 일감이 급감하면서 최근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수익이 나지 않으니 신규 수주를 따내기 위한 연구개발(R&D)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A사 대표는 “원청 업체의 발주 물량 대비 수주 경쟁을 하는 중소 공급 업체가 너무 많다 보니 기업들이 제품 개발보다 가격을 낮추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현 정부 에너지 정책에서 원전이 배제되고 있어 업계 상황이 더 나빠질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원전 산업의 기초를 이루는 중소기업들의 고통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원전 친화적 정책이 도통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정부 정책 기조를 의식한 원청사들이 대규모 발주를 자제하고 있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결국 한국 원전 기초 생태계가 무너지고 폭증하는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2일 한국원자력산업협회의 원자력산업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전 기자재·부품을 납품하는 공급 산업체 매출은 2014년 5조2,736억 원에서 2023년 4조5,863억 원으로 약 10년 새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급 산업체 중 중소기업 비율은 89.3%에 달한다. 특히 원전 산업계는 정부가 ‘원전 생태계 강화의 상징’이라 부르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지난해 9월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일감이 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도 매출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임근 풍성정밀관 대표는 “원전은 건설 기간이 10여 년에 달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며 “원전에 대한 현 정부의 미온적인 입장 탓에 원청들이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에 터를 잡고 있는 풍성정밀관은 원전 관련 합금 기반 고정밀 튜브 제조 부품 업체다.
원전 중소기업들은 제대로 된 대규모 일감이 나오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던 관련 업체들의 경쟁력 약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경남 창원의 원전 부품 제조 업체 B사 관계자는 “대출을 받아 ‘플라노밀러’ 같은 대형 제조 장비를 들여왔던 기업이 탈원전 정책으로 물량이 줄자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해 고철 값만 받고 외국에 장비를 팔고 결국 도산한 사례도 봤다”고 전했다.
울산의 원전 부품 제조 업체 C사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일감이 급감하면서 영세 업체들 간 신규 수주를 위한 저가 경쟁이 거세졌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 원청 기업은 납품 단가를 더 낮추려고 신규 물량 발주를 서두르지 않는 관행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한편에선 생존을 위해 빚까지 내며 신사업에 뛰어드는 중소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원전 부품사 D사 관계자는 “원전을 핵심 사업으로 삼던 업체 중 상당수가 수주 공백으로 방산 같은 다른 업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며 “문제는 신사업 노하우도 부족한데 무리하게 빚을 내 신규 장비 투자를 하는 식으로 위험한 도전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난도 중소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7년 2,777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원자력 전공 재학생은 2020년 2,190명으로 떨어진 뒤 지난해 2,156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존의 숙련 인력 이탈 역시 가속화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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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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