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시간을 거스르며 도덕적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식품지원마저 전면 중단됐다.
푸드 스탬프로 알려진 식비보조프로그램(SNAP) 중단은 우리의 지도자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취약계층을 기꺼이 내칠 수 있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정부의 식비보조프로그램이 시작된 대공황 이래 선출직 지도자가 이런 식으로 빈민과 고령자 및 장애인에게 등을 돌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앞서 두 명의 연방 판사가 식비 보조금을 계속 지급하라고 명령했지만 SNAP의 즉각적인 재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저소득 가구에 매월 평균 332달러씩, 영주권자와 시민권자 8명당 한명꼴인 4,200만명에게 지급되는 SNAP은 11월1일을 기해 중단됐다.
저소득층에 속한 임신부. 산모와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마련된 영양 프로그램도 기금이 동이 난 상태다. 농무부가 운영하는 특별 영양보조 프로그램(WIC)은 여성, 유아와 어린이들에게 우유와 계란 및 기타 필수 건강식품을 무상지급하는 한편 모유 수유 지원과 영양 교육도 제공한다.
우리는 사회보장 프로그램 예산과 관련한 논의에서 공화당이 단골 메뉴처럼 내미는 ‘웰페어 퀸’ 카드에 익숙해진 상태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원 민주당에게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셧다운을 해제할 입법안 처리를 가로막아 정부의 돈줄을 차단했고 이로 말미암아 빈민가구에 대한 식비지원이 중단됐다는 지적이 이곳 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그러나 찰스 E. 슈머 민주당 상원 대표는 올해말로 끝나는 오바마 보험에 대한 정부 보조금 연장에 공화당이 합의하기 전까지는 셧다운 해제에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며 버티고 있다. SNAP 중단 시점인 11월1일은 오바마 보험플랜 공개 가입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보험 보조금 연장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가입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보험료가 치솟게 된다.
식비보조 중단에 의료비 급등까지 보태진 난감한 상황에서 그나마 최소한의 ‘위안거리’라면 돈 많고 배부른 냉혈한들이 만족할 때까지 실컷 먹고, 마시고, 춤출 수 있는 9,000 제곱피트의 호화로운 연회장이 백악관에 신축된다는 사실이다. 한편 각 주정부는 식비지원 중단에 따른 공백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비축 현금을 사용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산한 모습이지만 대부분 임시방편의 단기적 조치에 불과하다.
아마도 MAGA의 지지자들을 향한 대통령의 관대한 베려 역시 얼마 못가 한계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물론 정치적 입장, 종교적 신념, 출신국, 인종, 민족, 성적 지향 등등에 상관없이 타인에게 고통이 가해지는 것을 원해선 안된다. 우리는 이들을 비롯한 온갖 편견을 유능한 선출직 관리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 그런데 그들 다수의 견해는 부족 군벌의 통치감각을 반영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관해 말해보자. 왕을 꿈꾸는 그는 한국에서 선물로 받은 왕관에 아직도 들떠 있다. 마치 가샤폰 자판기에서 나온 듯한 커다란 금관이다. 이토록 우아한 조롱이 또 있을지 그저 감탄할 뿐이다. 왕족 노름에 한껏 들뜬 트럼프는 우리가 보유한 핵 무기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에 뒤지지 않도록 즉시 핵 실험을 재개하라고 국방부에 명령했다. 미국은 1992년에 핵 실험을 중단한 바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가 핵폭발 실험을 의미한 것인지 다른 나라들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핵탄두 운반시스템 점검을 뜻한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핵폭탄이 제대도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면 더 이상 정기적으로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누군가 대통령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핵폭탄: 역대 대통령 및 장군, 그리고 핵전쟁의 비밀 역사’의 저자인 프레드 카플란은 최근 슬레이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핵탄두의 구성요소에 대한 연구실 테스트만으로도 핵무기의 성능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도 핵무기가 푸드 스탬프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의아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상당한 관계가 있다. 공통의 실마리는 광기와 무능이다. 세계 최고의 부유국에서 식품 지원 자금을 중단하는 것은 정신나간 짓이다. 핵무기 실험으로 세계의 지도자들을 동요하게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로 미친 짓이다. 러시아는 이미 미국의 핵실험에 똑같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무능은 정부를 지속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는 지도자를 규정하는 단어다. 실제로 평범한 사람들이 자녀의 끼니를 걱정하고, 군인들은 언제 봉급을 받을 수 있을지 알지 못해 불안해하며, 절박함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가게 진열대에서 식료품을 훔치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해야만 한다. 필자는 특정 부분에서 보여준 트럼프의 재능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그는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역에 잡혀있던 인질들의 석방을 성사시켰고, 단지 관세를 10% 내리는 조건으로 한국으로부터 3,500억 달러의 미국내 투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미국이 다른 국가들로부터 더 이상 존경받지 못하고, 우방들을 적으로 만들며, 시민들이 무모한 정책의 피해자가 되고, 식량 부족이 정치적 이득을 위한 무기로 활용된다면 우리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자초하게 된다. 이는 트럼프가 가장 편안해하는 환경인지도 모른다. 섬뜩한 비유로, 21세기에 핵폭발 실험을 단행한 유일한 국가인 북한은 식량 생산보다 미사일 실험에 지출의 우선순위를 두었고 이로 인해 여러차례 대규모 기아 사태를 겪었다. 물론 북한은 독재자가 통치하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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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파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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