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크(MSD)는 2017년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주성분인 ‘펨브롤리주맙’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가져가 단백질 결정 최적화 연구를 진행했다. 단백질은 인체 내 신호 전달, 면역 반응, 호르몬 작용 등 생명 현상의 주요 역할을 하는 물질로 바이오 의약품의 핵심 성분이다. MSD는 우주 공간인 무중력 상태에서 더 균일하고 점도가 낮은 단백질 결정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확인하고 이 같은 연구 결과를 2019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우주 신약 개발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력의 방해를 받지 않아 ‘천상의 실험실’로 불리는 ISS를 민간도 2016년부터 이용 가능해지면서 우주 신약 개발 경쟁이 가일층 격화하는 모양새다. MSD뿐만 아니라 일라이릴리·아스트라제네카·암젠·노바티스 등 글로벌 빅파마 대부분이 ISS에서 단백질 결정화, 질병 모델링, 신약 전달 시스템 개선 등의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바르다스페이스는 2023년 ISS가 아닌 위성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K바이오도 우주 신약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제약사 보령은 2023년 미국 우주 기업 액시엄스페이스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암·노화·정신질환 관련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윤학순 미국 노퍽주립대 신경공학과 교수가 창업한 의학 스타트업 스페이스린텍은 올해 8월 ISS에서 폐암치료제 후보물질 단백질 결정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ISS에서 신약 개발 핵심 공정을 실증한 국내 첫 사례다.
■민간 주도로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누리호에는 한림대가 개발한 줄기세포 배양장치 ‘바이오캐비닛’이 실렸다. 바이오캐비닛은 우주 환경에서 인간의 인공심장을 제작하는 역할 등을 수행하게 된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선점한 우주 신약 개발은 어렵고 멀게 느껴지지만 K바이오도 결국은 가야 할 길이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해야 할 때다.
<김정곤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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