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 지니계수·5분위배율 악화
▶ 2030 청년 소득 증가율 1.4%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와 전셋값 상승의 영향으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임대보증금 부채가 역대 최대 폭으로 급증했다. 부동산 자산 가치 상승이 자산 규모 증가를 이끌었지만, 동시에 자산이 많은 계층의 부는 더 빠르게 불어나고 하위 계층의 자산은 뒷걸음질 치면서 자산 불평등 지표인 ‘순자산 지니계수’는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한국 가구당 평균 부채는 9,534만 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임대보증금의 가파른 증가세다. 가구의 평균 부채 중 금융부채는 6,795만 원으로 2.4%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임대보증금은 2,739만 원으로 전년 대비 10.0%나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고, 액수 자체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김현기 국가데이터처 복지통계과장은 “전세 가격이 평균적으로 3.4% 상승한 데다, 전세 기피 현상 등으로 월세 가구 수가 증가하면서 보증금 총액 규모 자체가 커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을 보유한 가구들이 전셋값 상승분을 보증금 인상으로 충당하면서, 겉으로는 자산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갚아야 할 임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셈이다.
전체 부채 중 임대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8.7%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확대됐다. 금융부채 비중이 71.3%로 소폭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부터 서울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치솟은 부동산 시장은 자산 격차를 더욱 벌려 놓았다.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6,678만 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자산 증가는 부동산이 주도했다. 거주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자산액은 4억298만 원으로 전년보다 5.8%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전체 자산 중 실물자산 비중은 75.8%로 확대되며 자산 시장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 여전함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자산 증가는 고자산가에게 집중됐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0.625로 전년(0.612)보다 0.014 상승했다. 이번 수치는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자산 양극화가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 실제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의 평균 자산은 13억3,651만 원으로 8.0% 증가한 반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평균 자산은 1억5,913만 원으로 오히려 6.1% 감소했다. 김현기 국가데이터처 과장은 “고분위 계층의 순자산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크게 늘어난 반면, 1분위 등 저분위 계층의 순자산 보유액은 감소하면서 지니계수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등 수도권 중심의 집값 상승세가 자산 불평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든 것이다.
거기에다 세대 간 소득 격차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구주 연령대별 소득 증가율을 살펴보면 경제 허리인 50대(5.9%)와 40대(2.7%)는 소득이 늘었으나, 사회 초년생이 포함된 39세 이하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1.4%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청년층은 자산 형성 과정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39세 이하 가구의 자산은 전년 대비 0.3% 감소한 3억1,498만 원을 기록해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자산이 줄었다. 다만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경우 공적 이전소득 증가 등에 힘입어 상대적 빈곤율이 39.8%에서 37.7%로 개선되는 등 분배 지표가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청년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 안전망 강화 등 다각적인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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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배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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