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펀드, 원전 첫 투자
▶ 1GW 이상 10기 착공 계획
▶ 40년간 건설 0건… 생태계 ‘공백’
▶ 기자재 조달·시공 참여 확대
▶ 한미 협상, 한국 기업 우선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과 일본 대미 펀드의 첫 투자처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미 협약상 한국 기업에 수주 우선권을 주기로 돼 있는 만큼 ‘미국발 원전 특수’에 한국 기업이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트닉 장관은 2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일본과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미국 내 (공장·인프라 등의) 건설을 위해 7,500억 달러의 현금을 제안했다”며 “우리는 원자력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5,500억 달러와 한국의 2,000억 달러(총 3,500억 달러 중 조선 협력 투자 1,500억 달러 제외)를 합친 금액이다.
미국은 2050년까지 원전 설비 용량을 현재 97GW에서 400GW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당장 미국은 2030년까지 1GW 이상 대형 원자로 10기를 착공하기로 하고 건설 비용만 750억 달러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원전 기업들은 기자재 조달과 시공 분야에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선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와 설계 등은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맡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금껏 미국 내 원전 건설을 외국 기업이 맡은 사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웨스팅하우스는 1950년대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건설하며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외 부분에서는 한국 기업이 사업에 참여할 여지가 충분하다. 40년 동안 신규 원전 건설이 없었던 미국의 원전 생태계가 이미 무너진 만큼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프랑스와 독일·스페인 등 유럽의 원전 기자재 기업들과의 경쟁이 예상되지만 한미 협약상 한국 기업에 우선권을 주기로 한 합의가 우리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우호적인 관계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웨스팅하우스가 추진 중인 대부분의 원전 주기기 건설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맡고 있다.
특히 미국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공급망에도 한국 원전 생태계가 포함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도 미국 대형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주에 짓고 있는 SMR 데모 플랜트에는 두산에너빌리티와 HD현대가 주기기 등의 기자재를 납품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밖에 뉴스케일파워·엑스에너지 등이 주도하는 SMR 프로젝트에 주기기를 납품하고 있다.
건설 업계도 현대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 등 한국 업체가 미국 원자력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할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도 벡텔 등 원전 건설 경험이 풍부한 건설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술력과 함께 공사 기간 및 비용 관리 등 대부분 면에서 한국 기업이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한국 건설 업체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프로젝트 등에서 원전 건설 기술력과 경쟁력을 선보인 만큼 미국 측에서 손을 내밀 가능성도 높다. 특히 현대건설과 손을 잡은 홀텍은 이날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미시간주 SMR 개발 사업과 관련해 4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도 따내며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인정받았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최근 AI 인프라 수요 급증과 원전 확대 정책 기반으로 미국 내 대형 원전 및 SMR 관련 사업 기회가 빠르게 확대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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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심기문·우영탁 기자·워싱턴=이태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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