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8,200곳 소매매장 폐쇄
▶ 라이트에이드·조앤 등 몰락
2025년 소매 유통업계에 ‘셧다운’ 공포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한때 미국인의 일상을 지배했던 상징적인 브랜드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거리의 풍경을 바꾸는 모습이다.
30일 시장조사기관 코어사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미 전역에서 문을 닫은 소매 매장은 약 8,200곳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12%나 급증한 수치다. 영원할 것 같았던 패션 제국 ‘포에버 21’부터 60년 역사의 ‘라이트 에이드’까지, 거대 공룡들이 쓰러진 자리에는 급격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가혹한 경제 지표만이 남았다.
올해 파산 보호 신청을 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사업을 축소한 기업들은 각 분야의 선두주자들이었다. 포에버 21은 한때 전 세계에 8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연 매출 44억달러를 기록했던 패스트 패션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올해 3월 두 번째 파산을 신청하며 미국 내 500여개 매장을 모두 폐쇄했다.
62년 전통의 약국 체인 라이트 에이드의 몰락도 충격적이다. 전성기 시절 연 매출 240억달러를 올리며 미국 3대 약국 체인으로 군림했으나, 수십억달러 부채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10월 결국 문을 닫았다. 이 밖에도 80년 역사의 수공예 용품점 ‘조앤’과 40년간 파티 용품 시장을 독점하며 연 매출 20억달러대를 유지했던 ‘파티 시티’ 역시 누적된 적자와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최종 폐업을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파산하게 된 궁극적인 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샤핑 행태의 근본적인 변화다. 젊은 층이 오프라인 매장 대신 스마트폰 앱을 통한 초저가 샤핑으로 옮겨가면서, 거대 매장을 유지하던 전통 소매점들은 막대한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둘째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의류, 파티 용품, 취미 생활 같은 ‘비필수 재량재’ 지출을 가장 먼저 줄였다.
셋째는 감당 불가능한 부채 구조가 꼽힌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자금줄이 마른 것이 결정타가 됐다. 2025년의 연쇄 파산 사태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실패를 넘어 미국 소매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의미한다. 덩치를 키워 시장을 점유하던 ‘규모의 경제’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 최적화와 재무 건전성을 확보한 기업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적자생존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 유통 업계 전문가는 “전통적인 소매 거물들이 디지털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거대 매장이라는 비용의 덫에 갇히면서 결국 신흥 이커머스 세력과의 속도전에서 패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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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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