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리선부터 소화전까지
▶ 닥치는대로 뜯어 훼손
▶ 행콕팍 주민들 자구책
▶ 직접 순찰·사설 경비도

LA 지역에서 돈이 될만한 시설물은 죄다 뜯어가는 절도로 치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LA 다운타운에서 한 노숙자가 소화전 부품을 뜯어내고 있다. [박상혁 기자]
LA 한인타운 및 인근 지역에서 구리선을 비롯한 시설물 도난 및 훼손이 잇따르며 밤거리가 ‘암흑천지’로 변하는 등 치안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대응이 부실해 주민들이 ‘각자도생’에 나서는 모습이 펼쳐지고 있는데, 한인들도 많이 거주하는 LA 한인타운 인접 행콕팍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방범 시스템 설치, 사설 경비 업체 고용 등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LA타임스는 한인타운 서쪽에 위치한 행콕팍 일대에서 구리선 절도로 수많은 가로등이 무력화되고 주민들이 사실상 방치된 어둠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이를 틈타 절도범들이 활개 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행콕팍에서 세 블럭에 걸쳐 약 12개의 공공 가로등이 절도 피해를 입었다. 전선이 통째로 사라지면서 밤이면 거리가 완전히 어두워졌고, 주민들은 이를 영화에 나오는 장면같다고 표현했다.
이 지역 주민 데이빗 발락은 “차량 절도와 침입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고 전하면서 “그냥 봐도 위험한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가 발생한 뒤에도 시의 수리 작업은 지나치게 늦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지난해 10월 공공사업국에 신고했지만, 복구까지 최대 9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체용 전선이 보관돼 있던 시 소유 창고마저 도난 피해를 입어 복구 일정이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LA시의 대응이 더뎌지자 주민들은 결국 스스로 나서기 시작했다. 행콕팍 주민들은 돈을 모아 태양광 임시 조명을 고장 난 가로등에 직접 설치했고, 야간 범죄를 막기 위해 주민 순찰을 교대로 실시하고 있다. 많은 가구들이 카메라와 방범 경보 시스템을 설치했고, 일부 가구는 사설 무장 경비 업체까지 고용했다. 이들은 경찰보다 더 빠르게 대응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행콕팍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인타운과 맞닿아 있는 피코-유니언 지역에서는 어둠을 틈탄 무장 강도 사건이 발생하기도다.
가로등 고장과 관련한 민원 접수가 최근 수년간 LA 전체적으로 급증한 가운데, 한인타운 및 인근 지역은 주요 피해 지역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크로스타운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접수된 가로등 고장 민원을 네이버후드별로 분석한 결과, 한인타운에서는 842건으로 LA시 114개 네이버후드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소화전, 도로 표지판, 버스 정류장 시설 파손 등 주기적으로 포착되는 고의적 기물 파손이 한인타운 및 인근 지역 치안을 단계적으로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분별한 낙서를 통한 시설물 훼손 역시, 주민 불안 가중 효과 뿐만아니라, 그 자체로 관리 공백의 신호로 받아들여져 추가 범죄를 부르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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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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