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전략에 美지원 축소 거론하며 “韓이 대북 억제 주된 책임”
▶ 中에 집중할 ‘전략적 유연성’ 확보 의도…전작권 전환도 탄력받을 전망
▶ 주한미군감축 우려 트럼프 취임직후보단 줄었지만 가능성 배제는 이른듯
트럼프 행정부가 23일 공개한 국방전략(NDS)은 앞으로 북한 재래식 전력에 의한 위협은 한국이 가능한 한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방향을 선명하게 제시했다.
미국은 확장억제(핵우산)를 통한 북한의 핵무기 억제에 주력하면서, 남은 역량을 중국 등 다른 위협을 상대하는 데 쓰겠다는 심산인데 이에 따라 주한미군 태세와 운용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미 국방부가 이날 발표한 NDS 공개본은 미국이 그동안 한국의 방위를 위해 제공해온 지원을 "더 제한적인" 수준으로 줄이더라도 한국이 "대북 억제에서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이 한반도 재래식 방위에 대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되 한국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위협, 즉 북한의 핵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확장억제는 미국이 앞으로도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방향성은 트럼프 행정부가 작년 5월 NDS 수립을 시작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으며, 그간 여러 차례의 한미 간 협의를 통해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결과를 담아 작년 11월에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로는 처음으로 작년 12월에 개최한 핵협의그룹(NCG) 공동언론성명에서 이런 역할 조정을 명시한 바 있다.
재래식 방위에서 한국의 역할이 커지면서, 주한미군의 규모와 구성 등 태세에도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NDS는 앞으로 대북 억제 역할의 변화와 관련해 "이런 균형 조정은 한반도에서 미군의 태세를 업데이트하는 데 있어서 미국의 이익과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간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을 비롯한 미 국방 당국자들은 주한미군 숫자가 아니라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전체적인 대북 억제력이 약해지지 않는다는 전제로 태세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시사해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이 무력 충돌 시 쉬운 표적이 될 수 있으며 한반도에 발이 묶인 지상군을 줄이고, 중국을 상대하는 데 더 유용한 공군과 해군이나 장거리 타격 능력을 확충할 수 있다고 관측해왔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역내 다른 분쟁에도 투입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갈구해왔는데 한국이 대북 억제를 더 책임지면 한국에 배치한 군사력을 다른 지역에 투입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12월 NDS의 상위문서인 국가안보전략(NSS)을 공개했는데 아시아에서는 대만 분쟁 억제를 우선순위로 명시하고서 이를 위해 동맹도 국방 지출을 늘리고 억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독자적 방위 역량 확보 등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조건 달성을 지원하는데 이전 행정부보다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주한미군 태세가 조정되더라도 완전히 철수하거나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반에 비해 완화된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런 의지를 드러내지 않는 데다 작년 12월 발효된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주한미군을 2만8천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포함되는 등 주한미군의 갑작스러운 감축을 견제하는 내용의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됐다.
아울러 한국 정부의 국방 예산 증액 기조와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책임 강화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국방 지출 수준을 둘러싼 갈등도 현실화하지 않았다.
NDS는 미국의 국방비 지출 인상 요구에 부응한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으며 이런 맥락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NDS 작성을 총괄한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은 한국을 "모범 동맹"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동의 동맹에도 똑같이 "더 제한적인 지원"을 거론하며 자기 방어를 더 주도적으로 책임지라고 주문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이런 접근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동맹을 경시하거나 현 한미관계가 나빠서가 아니라 미국은 본토 방위와 중국 억제에 집중하고, 그렇게 할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위협은 동맹이 그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큰 전략하에서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대북방어보다 더 중시하는 대중국 견제 등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태세를 조정하면서 규모 면에서도 일정한 조정을 하려 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와 관련한 미측의 구상은 이번 NDS 작성을 주도한 콜비 국방차관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때 좀 더 구체적으로 전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NDS는 미국이 마주한 주요 위협 등 국방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그런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큰 틀의 전략을 제시하는 문서로, 통상 새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새로 작성한다.
NDS는 주요 위협으로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을 명시했는데 북한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에도 위협이 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의 핵 역량과 규모가 발전하고 있어 미국 본토에 대한 "분명하고 현존하는 핵공격 위험"이 있다고 적시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 의지를 밝혀온 데다 NDS에서도 북한 핵무기의 심각성을 적시한 만큼 북핵 위협을 완화하기 위한 미국의 외교·국방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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