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이라크 석유수출대금 동결·국가경제 마비 위협
▶ 친이란 의원 58명 지목…균형외교 해오던 이라크 중대기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미국 정부가 이라크 차기 정부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세력이 포함될 경우 이라크의 핵심 자금줄인 원유 판매대금 흐름을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연초 베네수엘라 현직 대통령 축출에 성공해 자신감을 얻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약소국에 대한 내정 간섭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이번에는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오일머니' 통제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이 이라크 고위 정치인들에게 차기 내각에 친이란 무장 정파 인사가 참여할 경우 이라크 국가 재정, 특히 원유 수출대금을 겨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조슈아 해리스 주이라크 미국 대사대리는 지난 두 달간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총리를 비롯해 시아파 정치 지도자, 쿠르드족 지도자 등과 잇따라 접촉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경고는 중재자를 거쳐 일부 친이란 단체 수장들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온 이라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의 요구는 구체적이다. 작년 11월 총선을 치른 이후 새롭게 구성될 내각에 미국이 '이란과 연계된 인물'로 분류한 58명의 의원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이라크 관리는 "미국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58명의 의원 중 누구라도 내각에 들어가면 이라크 새 정부와의 관계를 끊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곧 달러 송금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러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라크의 독특한 원유 수익 관리 구조가 있다.
이라크는 원유 수출 대금의 대부분을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개설된 이라크 중앙은행 계좌에 보관하고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형성된 이 구조 탓에 미국은 사실상 이라크의 국고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쥐고 있다. 미국이 달러 송금을 막으면 이라크 경제는 마비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은 특히 친이랑 무장단체 '아사이브 아흘 알하크'(AAH) 소속 아드난 파이한이 지난달 말 이라크 의회 제1부의장에 선출된 것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AH는 연간 10억 달러(약 1조4천5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석유 밀수 네트워크의 핵심 조직으로 지목돼왔다. 그 수장인 카이스 알카잘리는 인권 유린 혐의 등으로 2019년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 탓인지 알카잘리는 최근 파이한을 부의장직에서 사퇴시킬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 사안과 관련한 로이터 통신의 질의에 구체적인 답변은 피하면서 "미국은 이라크의 주권을 지지하며, 악의적 이익을 추구하고 종파 분열과 테러를 조장하는 친이란 민병대가 설 자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6월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고 최근 반정부 시위 사태와 관련해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나온 고강도 압박책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친미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종교 지도부에 권력을 집중시킨 반미체제로 돌아섰다.
미국과 이란의 적대 관계는 이후 시작된 체제·이념 충돌에 중동의 패권 경쟁과 핵 문제 등이 겹치면서 고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신정체제를 약화하려는 조치를 이어왔다.
이란은 역내에 대리세력을 육성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경제제재를 회피할 핵심 통로로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을 활용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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