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 일본 도쿄(東京)와 달리 서울은 순우리말이다. 건국 초기 난징을 수도로 삼았던 명나라는 1403년 베이핑을 베이징으로 개칭하고 천도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1869년 교토에서 동쪽의 에도(현 도쿄)로 수도를 옮겼다. 서울은 수도를 일컫는 말로 신라의 서라벌이 서벌과 서울로 변화해 왔다는 게 통설이다. ‘서’는 ‘높다’는 뜻이고 ‘울’은 ‘큰 마을’을 뜻한다.
■일제강점기 경성은 서민들의 애환이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이광수는 한국 첫 근대 장편소설 ‘무정(1918년)’에서 경성 예찬론을 폈다. “전국서 모여든 경성 청년들은 희망의 씨앗” “경성은 문명의 근원지” “남대문 정거장(서울역)은 세계를 향한 문” 등의 구절이 나온다. 반면 현진건은 소설 ‘운수 좋은 날(1924년)’에서 암울한 경성 생활을 고발한다. 삶에 지친 인력거꾼이 모처럼 설렁탕을 사들고 집에 돌아가지만 죽어 있는 아내를 보고 절망한다.
■한 세기가 흐른 지금 서울은 여전히 명암이 엇갈리는 도시다. 더 나은 터전과 직장을 찾아 서울로 몰려들지만 다락같이 오르는 집값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2023년 서울의 주택 시가총액은 2320조 원으로 전국 시가총액(6839조 원)의 34%에 달한다. 경기도(1986조 원)와 인천(321조 원)을 포함한 수도권 비중은 전체의 67%에 이른다. 특히 서울 전체 집값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2500조 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중간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연소득을 한 푼도 안 써도 약 13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개천에서 용 나오기 힘든 사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11일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 소득이 하위 50%인 비수도권 자녀 가운데 본인 역시 하위 50%에 머무는 비율은 과거 50% 후반에서 최근 80%를 넘어섰다. 반대로 소득 상위 25%로 진입한 비율은 13%에서 4%로 뚝 떨어졌다. 나고 자란 정든 고향을 떠나 서울 상경 행렬이 이어지는 이유다. 정부의 지방 활성화 정책이 좀 더 속도감 있게 실행돼야 할 듯하다.
<서정명 / 서울경제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