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이혼은 8만 8100건으로 6년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숫자만 보면 안도할 법하나 통계의 속살을 들춰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른바 ‘황혼 이혼’의 급증이 있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혼인 기간 30년 이상 부부의 이혼 비중이 17.7%(1만 5600건)로 1위에 올랐다. 5~9년(17.3%), 0~4년(16.3%)을 모두 제쳤다. 199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10년 전 9.6%에 그쳤던 황혼 이혼 비중은 이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고령화는 그저 수명의 연장만을 뜻하지 않는다. 관계의 유효기간이 늘어난 만큼 갈등이 쌓이는 시간도 길어진다. 젊은 시절 봉합해뒀던 균열은 노년의 문턱에서 파열음을 내기 일쑤다.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는 ‘견디는 결혼’의 명분을 허물었다. 생계가 관계를 붙들던 시대는 가고 이제는 자존과 선택이 관계를 재단한다. 은퇴 이후 늘어난 ‘함께 있는 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치관과 생활 방식의 차이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 끝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결론을 내린다. 이제라도 내 삶을 살겠다고.
이 변화는 새로운 풍경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실버 솔로’ 집단의 등장이다. 서울 종로구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시작한 ‘굿 라이프 챌린지’는 그 단면을 보여준다. 65세 이상 독신만을 위한 만남 프로그램에 70대는 물론 90세 신청자까지 이름을 올렸다.
구청은 ‘나 혼자 안 산다’는 재치 있는 문구로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이성 연인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의 고독을 이해하는 동성 친구, 삶의 궤적을 함께 나눌 동반자를 찾으며 관계의 형태를 다시 쓴다.
황혼 이혼은 뒤늦은 자유이자 또 다른 고립이다. 가족이라는 안전망이 걷힌 자리에는 외로움과 빈곤, 건강 악화라는 복합 위험이 스며든다. 개인의 선택으로 시작된 이별이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노년의 관계를 복원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주는 촘촘한 정책이 필요하다. 오래 사는 시대를 넘어 ‘덜 외롭게 사는 시대’를 여는 것, 그것이 고령사회가 우리에게 던지는 무거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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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일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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