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주기 시작한 건 서울지하철 2호선이 완전히 뚫리면서다. 1984년 5월 22일 당시 대통령인 전두환은 개통식에서 이를 검토하라 지시했고, 다음 날 서울시는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군사정권 시절 전광석화 같은 행정력이다. 하지만 이 혁신적인 ‘노인복지’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운영주체가 한 곳이 아니다 보니 정작 완전 무료가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다.
■이해 6월 신문들은 ‘65세 이상 지하철은 무료, 전철은 유료’라는 제하로 노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내놨다. 서울지하철 구간에선 무임이지만, 철도청이 운영하는 전철에선 다시 표(50% 할인)를 구입해 타야 했던 것이다. 시행에 앞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혼란이다. 놀랍게도 이런 무임승차 이중 시스템은 1997년 7월이 돼서야 해소됐다. 무임승차가 수도권 전 구간에서 이뤄지는 데 무려 13년이 걸린 것이다.
■완결성을 갖췄지만 노인 무임승차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른바 ‘과잉복지’라는 프레임으로 확대됐다. 첫 시행 때 대상은 인구 4%에 불과했지만, 2025년 65세 이상은 5명 중 1명(21.2%)까지 늘었다. 이들에게 소요된 ‘비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쌓여 작년 7,700억 원을 넘어섰다. 노인의 사회활동 촉진과 여객 소외지역 경제활성화라는 득을 감안하더라도 사회가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규모인 건 분명하기에 반대 여론이 함께 증폭하면서다.
■놀면서 공짜로 지하철 탄다’는 ‘지공거사’라는 멸칭이 등장했고, 정치인 입에도 자주 올랐다. 2010년 김황식 총리가 ‘인심 쓰듯 주는 복지’라 평했다가 여론 몰매를 맞았고, 2024년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폐지를 공약으로 내놔 논란이 됐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현행 무임승차 제도를 손봐야 하지 않냐고 운을 뗐다. 혼잡시간에만 일부 제한하자는 건데, 여당은 바로 검토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이로 불거진 세대 갈등은 예민한 문제이기에 고차방정식을 잘 풀어낼지 두고 볼 일이다.
<양홍주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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