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봅시다”부터 “너희가 술맛을 알아”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어떻게든 버텨라”, 그리고 현실에선 듣기 힘들지만 대다수 부하직원들이 듣고 싶어 한 그 말 “장그래가 걸려있다”에 이르기까지, 본격 직장만화 ‘미생‘은 수많은 명대사를 낳으며 직장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말단 직원부터 고위직까지 생존을 위한 분투는 모두가 ‘아직 살아남지 못한 자‘ 미생이며, 모두가 완생을 꿈꾸며 자신 만의 바둑을 두고 있다는 위안을 안겨줬다. 2013년 기준 누적 조회수 10억 건을 넘긴 이 원작 웹툰은 지난해 10월 20부작 드라마로 제작돼 임시완을 비롯, 변요한 강하늘 강소라 김동식 등 라이징 스타들을 배출했다.
2014년 가장 성공한 원소스멀티유스(OSMU) 사례로 콘텐츠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었을뿐 아니라 주인공 ‘장그래’는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에 이름을 빌려주며 사회적 파장을 입증하기도 했다. 만화가 윤태호(46)가 이 작품으로 국민작가로 부상한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화제의 웹툰 ‘미생 시즌2’가 11월 중순 포털사이트 다음의 ‘만화 속 세상’에 연재된다. 시즌1이 마무리된 지 약 2년4개월 만이다. 하지만 그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 중 성황리에 막을 내린 TV드라마를 빼놓을 수 없다.
윤 작가에게 그 관심의 무게를 언급하자 “지옥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결연한 눈빛으로 덧붙였다. “시즌2 예고편에서 선전포고할 것이다. 드라마와 상관없이 시즌1을 이어갈 거라고.”
-‘미생’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작가의 삶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고 콘텐츠 산업 내부에서도 많은 성취를 이뤘다. 책임감이 매우 커진 상황에서 시즌2를 연재하게 됐다.
“책임감도 책임감인데,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만화를 그려야 할 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애초 웹툰 독자뿐만 아니라 원작과 드라마를 모두 본 사람, 드라마만 본 사람까지 다양하다. 실제 배우들의 외모나 행동, 발성과 톤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고 그것이 만화에서도 유지되길 바라며, 나아가 팬덤이 생긴 배우 때문에 시즌2를 보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모든 상황이 내겐 지옥 같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드라마와 무관하게 시즌1을 이어갈 것이라고.”
-(장그래의 정규직 남녀동료) 장백기와 안영이의 ‘썸’도 없겠다.
“내 만화에는 기본적으로 ‘썸’이 없다. 내 만화에서 일은 제3의 캐릭터다. 일과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풍경을 묘사하고 싶기 때문에 다른 것은 그리고 싶지 않다. 장그래가 사장이 될 일은 없다라든지, 장백기와 안영이의 관계를 약속할 일도 없다? 그렇게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게 내 작품의 핵심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달달한 연애묘사는 없다는 것이다. 그걸 묘사할 필요성을 못느끼니까. 기본적으로 드라마와 만화는 애초 닿고자하는 지점이 다르다. 만화가 개인사에 집중돼 있다면 드라마는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캐릭터도 원작보다 살이 덧붙여졌다. 드라마에서 어떤 캐릭터가 인상적으로 그려졌다고 그 캐릭터를 일부러 갖다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이야기가 요구하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미생’이후 작가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고, 강연부터 여기저기서 부름도 늘었다. 하지만 창작 자체는 매우 노동집약적이고 소박하다. 달라진 현실과 소박한 작업 간의 간극을 어떻게 좁히고 있나?
“사실 시즌2 연재를 앞둔 지금 시즌1을 연재할 때처럼 불안하다. 결코 자신만만해 하지 않는다. 새 작품을 연재할 때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시쳇말로 등 떠밀려서 연재를 시작하게 됐는데, 자신만만하지 않은 상태인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본다.”
-2부에서 요르단 중고차 수출사업이 다뤄지나.
“장그래가 맡게 되는 요르단 사업뿐만 아니라 신인 4인방이 해외 출장 가는 일들이 생기는데, 각자 어떻게 일하는가가 다뤄진다. 대기업의 출장 메커니즘이 있고, 중소기업의 메커니즘이 있는데 그 부분도 다루고 싶다. 또 해외출장이라는 게 낭만적으로 보이나 얼마나 낭만적이지 않은지, 또 회사를 대표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그런 얘기들이 다뤄진다. 요르단은 1부 끝난 뒤 다시 갔다 올 예정이다. 그때 장그래의 동선 그대로를 따라가 볼 것이다. 장그래가 묵을 법한 호텔에서 묵고 실제 그 나라에서 쓰는 무역관련 용지나 서류, 서식도 다 받아올 예정이다.”(요르단은 공교롭게도 윤 작가의 아버지가 1980년대에 돈을 벌러 갔던 나라이기도 하다. 작가는 2012년 주한요르단대사관의 초청으로 요르단을 방문했는데 젊은 시절 아버지의 사진 속 장소를 일부러 찾아가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새로운 인물도 등장하나?
“물론이다. 오차장과 김대리, 장그래가 함께 일하게 된 회사에서도 새로운 팀을 세팅해야 하니까. 또 신입 4인방이 3년차가 되니까 그들에게도 후임이 생긴다. 각자 스타일대로 후임을 다루게 되는데 그 방식을 통해 자신들이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가 드러날 것이다.”
-‘미생’ 등 자신의 작품과 캐릭터를 어떻게 보길 바라나?
“각각의 캐릭터들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발견하길 바란다. 타인의 평가에 주눅 들지 말고 힘내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화를 그린다.”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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