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말기 재학했던 학교로부터 56년만에 졸업장을 전해받은 한인이 있어 화제다. 샌디에고에 거주하는 안용수(75)씨가 그 주인공.

안씨는 얼마전 현 일본항공대학의 전신인 야마나시 항공기관학교로부터 교훈이 새겨진 기념패와 함께 졸업을 인증한다는 증서를 받았다. 학교를 떠난 지 56년만의 일이다.

경남 밀양이 고향인 안씨가 창공을 날고 싶은 꿈을 이루기위해 16세의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 1941년. 도쿄 근교에 있던 야마나시 항공기관학교에 입학해 항공기술을 배우며 파일럿의 꿈을 키우던 안씨는 그러나 학업을 다 채우지 못하고 3년만에 학교를 그만뒀다고 한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준사관학교 성격이였던 항공기관학교 재학생들은 언제 전쟁에 끌려갈 지 몰랐습니다. 식민지배를 받는 것도 억울한데 일제를 위해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죠."

해방과 함께 귀국한 그는 한국전쟁때 종군기자를 거쳐 61년까지 기자생활을 하다 72년 시카고지역으로 이민와 개인사업을 하다가 2년전 샌디에고로 은퇴했다. 은퇴후 더 이상 늦기 전에 지나온 인생의 발자취를 되돌아보자는 생각에 일본에 있는 지인을 통해 모교를 찾아 수료장이라도 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했다.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던 학교당국은 안씨가 재학당시 사진 2장과 학교때의 생활모습을 상세히 적은 서신을 보내자 지난 6월말 졸업장을 수여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고 한다.

안씨는 "지금 이 졸업장이 어떤 소용이 있지는 않겠지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것을 얻은 느낌"이라고 졸업장을 받아든 감회를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