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은 올 때마다 커져 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세계에서 본국을 제외하고 이처럼 많은 한국인이 모여 사는 곳은 LA뿐이니, 올림픽가나 윌셔가를 걷노라면 마치 서울 시내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과연 30년이란 짧은 시간에 이만한 발전을 이룩해 낸 민족이 한국인 외에 미국을 통틀어 또 있을까. 같은 아시아권이라 해도 차이나타운은 지난 19세기 중반 대륙횡단 철도 건설 때부터 대거 몰려온 중국인들이 150년 가까이 걸쳐 이룩한 것이고, 일본인들은 100년 동안 미국사회에 흡수 동화하여 리틀도쿄를 형성해 온 것에 비하여, 한인타운은 불과 반세기도 안되어 이룩된 놀라운 것으로 미국사회에서도 예를 찾기 어려운 초급성장의 산 보기일 것이다.
이민 1세대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이곳에 내린 뿌리는 이제 한국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세계화, 글로벌화의 시대 흐름을 타고 LA는 한국민의 “세계로 향한 창”이 되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와 정치에서 미국은 이미 확실한 주도권을 장악했고, 한국과 미국은 모든 면에서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시장이 한국 수출의 명운이 걸리다시피한 중요한 존재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만큼 세계->미국->LA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LA는 한국이 세계와 미국을 호흡하고 그 체온을 느낄 수 있는 현장으로 그 위상이 현격히 격상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1년 동안 지내면서 느끼는 것은, 이곳 한인들에게 이제 문화적인 정체성과 긍지를 확립해 나가야 할 시점에 도달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뿌리 내리기에 바빠서,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 다니며, 일요일이면 교회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던 그런 시대에서, 점차 LA도 문화적으로 당당히 본국을 향해 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본다.
다양한 세미나와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본국의 지식인과 예술인들에게 세계화의 가능성, 특히 한국적인 것의 세계와의 호환성(互換性)을 가늠케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서울특별시 LA문화구”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으로 본다. 과거 강남의 신흥부자들이 명륜동 양반들에 대한 콤플렉스를 씻은 것은 바로 문화적인 접근이 지름길이 아니었던가. LA에서 다양한 한인들의 문화 모임이 꽃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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