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캐년 컨트리의 한주택 앞에서는 70대의 두여성이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며 웃고 기뻐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두터운 안경을 낀 얼굴은 쭈글거리고 머리는 세었으며 몸도 늙어 불편한 상태가 됐지만 이들이 만나 즐거워 하는 장면은 10대 소녀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생전 처음 만나는 사인데도 늘 그리워하던 혈육을 만난 것처럼 손을 꼭 붙잡은 이들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화제의 주인공은 57년간 펜팔친구로 우정을 다져 온 캐롤린 블랑카드(73 커네티컷주 거주)와 발레리 멀헤어(73 캘리포니아주 비셀리아 거주).
이들은 각각 16세였을 1943년부터 미국과 호주를 넘나드는 편지로 맺어졌다. 커네티컷주 소도시 세이무어에서 살던 캐롤린의 삼촌이 2차대전당시 호주 시드니에서 근무할 때 캐롤린에게 동갑내기 호주소녀 발레리를 소개해준 것.
발레리의 첫편지로 펜팔친구가 된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은 꼭 편지를 썼다. 지금까지 교환한 편지만 해도 5,000여통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들의 펜팔우정은 미국대통령이 43년당시의 프랭클린 루즈벨트서부터 현재의 빌 클린턴으로 여러번 바뀌고 방송문화에서 텔레비젼, 인터넷문화로까지 변화된 세월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소녀들의 일상생활을 전하는 초기 펜팔내용은 사랑과 실연, 그리고 결혼과 자녀등의 이야기까지로 발전하면서 둘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됐다.
기쁨을 나누면 두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되는 그런 관계로 서로 없으면 안되는 사이가 됐지만 이들은 그동안 서로의 목소리도 들은 적이 없이 첫약속대로 철저한 펜팔친구로만 지냈다. 그런 관계는 발레리가 호주로부터 비셀리아로 이주해 온 이후로도 계속됐다.
이들의 만남을 주선한 것은 캐년컨트리에 거주하는 캐롤린의 아들 내외였다.
모친과 발레리와의 펜팔우정을 오래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아들내외는 이틀에 한번씩 신장투석을 받을 정도로 건강이 나쁜 모친과 친구와의 상봉을 계획했다. 캐롤린을 위해 신장투석 장비와 인력을 다 준비해 놓은 다음 모친을 캘리포니아로 모셔왔고 또 발레리를 초청하게 된 것.
꼭 57년만에 진면목(?)을 대한 두노인은 편지를 시작할 때 교환한 후 각자의 이미지로 간직했던 빛바랜 사진들을 꺼내놓으면서 웃고 울었다. 아들내외와 손자들도 이들을 보며 덩달아 울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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