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 인근의 한 양로병원에 머물고 있는 장호순(76) 할머니는 추석이 다가오면서 더욱 외롭다. 명절이 되어도 찾아올 가족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젊어서 남편을 여의고 자녀도 없는 장할머니는 3년전 방문으로 미국에 왔다가 가벼운 뇌졸중으로 쓰러져 양로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고 한다. 그동안 말도 안 통하는 미국계 양로원에서 고생하다 석달전 이 병원 한인 간호과장의 도움으로 한인 양로병원으로 옮긴 장할머니는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고 말문도 트여 좋지만 외로움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아직도 한인 커뮤니티에는 장할머니처럼 가족의 사랑과 사회의 관심에서 소외된 채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이 많다. 이들에게 추석과 같은 명절은 외로움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하는 시기일 뿐이다.
현재 LA와 인근 지역 7∼8곳의 양로병원에 수용돼 있는 한인 노인들의 수는 300여명. 이들중 연고가 아예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일년 내내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노인들이 전체의 5∼10%에 달한다는 게 이들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양로병원들에 따르면 장할머니와 같은 무의탁 노인들뿐 아니라 연고자가 있는 한인 노인들 중에도 가족들이 찾지 않아 거의 버림받다시피 한 경우도 제법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의 자녀와 가족들이 처음 입원했을 때는 자주 찾아오다가 시간이 지나면 점점 방문 빈도가 낮아지는 게 상례"라며 "병원에서 환자 상태를 논의하는 정기 미팅에 나오라고 연락을 해도 나타나지 않는 보호자들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앙양로병원 신옥순 간호과장은 "가장 아쉬운 점은 보호자들이 노인들을 잘 찾지 않을 때"라며 "가까이 사는 자녀들이 노인들을 멀리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양로병원뿐 아니라 노인아파트에 홀로 거주하는 일부 노인들도 명절 때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노인아파트의 경우 노인들이 모여 있어 평소 말동무는 있지만 특히 자녀들이 자주 찾지 않는 경우 가족 왕래가 잦은 이웃과 비교돼 노인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배신감은 더욱 크다는 것.
타운 인근 아리랑 노인아파트의 정승배 매니저는 "80여명의 입주자들 중 부부들보다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더 많다"며 "이번 추석에는 특별한 방문단체나 자체 프로그램이 없어 몇몇 노인들은 아주 외롭게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소외된 노인들에 관심을 갖는 교회나 한인 단체들도 추석이나 크리스마스 등 명절 때에만 일회성으로 노인들을 찾아갈 게 아니라 평상시 정기적으로 정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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