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이거 먹어.” 파란 눈의 손녀가 내민 식혜를 할머니는 숟가락으로 떠 넣는다. 손가락으로 반찬을 입에 넣으며 옆에 앉아있는 손녀의 남자친구에게 자꾸만 음식을 먹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샌드라 굿패스터 씨는 울음을 터뜨린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샌드라는 손아래 남동생이 있긴 하지만 한국말을 전혀 모르기에 자신이 시유복(78) 할머니의 유일한 외손녀라고 말했다. 14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충격으로 4년동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할머니를 돌볼 사람은 미국땅에서 샌드라밖에 없다.
심각한 치매 증상으로 도저히 집에서 돌볼 수 없게 된 할머니. 문을 죄다 잠그고 아무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스토브에 불을 켜 놓고 화재가 나기 직전까지 간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손녀딸 얼굴도 못 알아보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혼자 벽 보고 앉아 중얼거리며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단다. 직장이 있는 처지이기에 할머니를 널싱홈으로 모셨지만 이들이 살고 있는 플로리다 널싱홈에는 한인이 한명도 없었다. 하루종일 말 한마디 못하고 우두커니 있는 할머니를 보다 못해 샌드라와 남자친구 제프는 한인이 많은 샌프란시스코로 옮겨갔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주법상 6개월 이상 거주해야 널싱홈에 등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이들에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6개월을 버틸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결국 플로리다에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시카고에 이르게 됐다.
“그나마 한인 할머니들이 많아 다행”이라며 샌드라는 “할머니는 무척이나 강건하고 독립적인 성품이었는데”라고 회고하며 눈물 지었다. 플로리다에서 일하며 시카고로 틈틈이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날아오는 샌드라와 제프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할머니를 플로리다로 모셔가야 될 것 같다고 한숨짓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할머니를 정성스레 보살피는 외손녀 샌드라와 3년동안 샌드라를 도와 할머니를 돌봐 온 제프는 “이것이 가족”이라며 “할머니는 하나뿐인 친척”이라고 말했다.
멀리 플로리다부터 할머니를 돌보는 샌드라와 제프 뒤로 재미없다며 집에 가자고 부모의 손을 잡아끄는 아이들의 쭝덜거림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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