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5월 방중 불확실성 커져…中, 비판 자제하며 신중 행보
▶ 호르무즈·마누스 사태 등 갈등 돌출…제한적 성과 관측
중동 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8년 반 만의 중국 방문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한 차례 미뤄진 바 있는 미중 정상회담을 둘러싼 셈법이 이전보다 더욱 복잡해지면서 협상 구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촉발한 에너지 안보 문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패권 다툼이 맞물리면서 미중 관계에서 무역 문제를 넘어선 복합적 갈등 요소까지 부각되고 있다.
◇ 이란과 평행선 달리는 미국…회담 재연기 가능성도
지난 2월 말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가장 견제하는 나라는 단연 중국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제 외교·군사 역량을 중동에 총동원하다시피 하는 상황이며 적당히 중재자 역할에 머무르려고 했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전세계 경제를 혼돈에 빠트리면서까지 지난해 관세, 희토류, 반도체 전쟁을 치렀던 양국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에 당초 지난 3월말로 예정됐던 미중 정상회담이 내달 14∼15일로 한 차례 미뤄진 데 이어 재연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취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주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미국 안팎으로 긴장 수위도 높아진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7일 양국 정상회담 준비가 막바지에 돌입했다면서도 "통상 6∼12개월 걸리는 준비 기간이 단축됐을 뿐만 아니라 절차도 즉흥적인 면이 있다고 외교관들이 전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체제의 정상외교는 경험 많은 관료 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전통적 방식을 벗어나 정상 간 직접 채널과 가시적 성과에 초점이 맞춰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상회담을 둘러싼 현실적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WSJ는 2017년 베이징 정상회담 때 벌어졌던 경호 인력 간 물리적 충돌과 2023년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식기를 중국 측 경호원들이 즉시 수거한 사례 등을 언급하며 정상회담 준비에서 사소한 사항도 외교적 파장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29일 우신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장의 의견을 인용해 회담이 두 번이나 미뤄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 정상회담 앞두고 이란·미국 사이서 줄타기하는 中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에 대해 아직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는 중국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원료의 절반을 중동에 의존함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있기에 이란 전쟁 관련 비판 수위 등을 조절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중국은 일찌감치 중동특사를 파견하는 등 국제 중재자로서의 행보를 강화했지만 이는 외교적 시늉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페트리샤 킴은 "이란이 중국과의 관계를 부각하려 하고 중국 정부에 휴전 보증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중국 정부는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 한 차례 연기된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미국에 대한 강한 비판과 직접적인 행동은 애써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의 드루 톰프슨 선임연구원도 중국이 바라는 이상적인 상태에 대해 "이란 같은 반서방 국가들과 조건 없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과는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분쟁 해결을 위한 일시적 합의)를 이룰 기회를 지키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다만 중동 위기가 장기화할수록 중국이 받는 압박도 거세질 수밖에 없고 중국 정부도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이 초래한 자국 기업들의 비용 상승 등 손익계산을 더욱 꼼꼼히 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추이서우쥔 런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정부의) 위기감이 커지고 전술적 차원의 대응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마누스 사태로 드러난 미중 AI 갈등…의제화 가능성 주목
중동 사태에 대한 수습만으로도 국제사회가 바빠진 가운데 한쪽에서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협력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미중 간 갈등 요소로 표면화하고 있는 AI 관련 문제가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앞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질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도 첨단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이번 회담의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을 전하면서 협력보다는 경쟁이 논의의 주요 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중국계 AI 스타트업 마누스를 둘러산 사태 또한 미중 간 기술 패권경쟁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메타는 지난해 12월 약 20억달러(약 2조9천700억원)에 마누스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중국 정부는 해당 거래가 기술 수출 관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제동을 걸었고, 지난 27일 최종적으로 투자 금지 결정을 내렸다.
AI 인재와 기술 자산의 해외 이전을 막으려는 중국의 본격적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국 전문 리서치 업체 트리비움 차이나의 켄드라 섀퍼는 블룸버그에 "다른 나라들이 인수하고 싶어 하는 스타트업과 혁신이 중국에서 태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중국 정부가 깨달은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오랫동안 해온 투자가 전략적 경쟁자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로 나타난다면 그것은 중국 측에 순손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가 이제라도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려져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유라시아 그룹의 데이비드 밀은 민간 기업의 AI 발전 상황을 강조하면서 "AI가 미중 정상회담의 본질적인 이슈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2026년 현재 목도하는 새로이 발견된 협력과 안정을 향한 동력을 지도자들에게 각인시키고 그것을 AI 분야로 확대할 모든 기회를 잡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양국 정상이 기술 경쟁과 관련된 의제들을 거론하지 않고 보잉 항공기 구입이나 농산물 구매 등 개별 사안들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한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온도 차가 회담의 성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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