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몇년전 한국서 온 조카를 데리고 있다가 가족간 의가 상할뻔했다. 조카는 한국의 모대학 1학년을 다니다 중퇴하고 미국의 대학으로 공부하러 온 유학생이었다.
“낯선 곳에 아들을 혼자 보내려니 불안해서 누님이 우리집에 맡긴 것이지요. 장성한 조카를 오랜만에 만나 같이 지내니 처음에는 흐뭇하고 좋았어요”
그런데 새학기 시작하고 한두달 지나면서 마찰이 생겼다. 조카의 술버릇이 문제였다. 초기에는 “대학생이 술도 마실줄 알아야지. 학기 시작이라서 모임이 많은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갈수록 정도가 심해졌다. 자정이 넘어 곤드레가 되어서 돌아와서는 그 다음날 수업을 빼먹는 일이 빈발했다.
“미국에서는 내가 그 아이의 보호자라는 생각에 야단을 쳤지요. 그런데 그것도 몇번 반복되니 조카가 듣기 싫어하는 겁니다. 나중에는 관계가 아주 묘해졌어요. 결국 조카가 그 다음 학기에 학교기숙사로 들어가면서 마찰이 일단락 되었습니다”
B씨는 “(조카가) 대학생 된 기분에, 부모 슬하를 벗어난 자유로움에 폭음을 한것 같다”며 “그것이 어떻게 한국유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도 부모 떠나 타지역 대학에 가면 똑같은 행동을 할게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실제로 근년 대학당국이 학생들의 행동문제와 관련, 가장 골치를 앓고 있는 이슈가 음주풍토다. ‘술을 마셨다 하면 취하고 본다’는 폭음 풍조가 대학가에 만연해 있다. 대학생 음주버릇과 관련, 가장 포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기관이 하버드공중보건대학이다. 이 대학 연구팀이 90년대 초부터 수차례 전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들의 계몽과 규제강화에도 불구, 캠퍼스내 폭음인구는 44%로 줄지를 않고 있다. 폭음의 정의는 앉은자리에서 남학생의 경우 5잔, 여학생은 4잔이상을 연거푸 마시는 것.
폭음인구가 수적으로 많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술을 마시는 목적이다. 술을 매개로 친구들과 사귐의 깊이를 더하자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취하기 위해서’마신다는 대답이 폭음 남학생중 73%, 여학생 중에서는 68%에 달한다. ‘나도 취하고 너도 취하자’ 는 폭음풍토가 사망에까지 이르는 각종 음주 사고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미시간대학에서 술로 인한 희생자가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한인학생이어서 충격이 더 생생하다. 공과대학생이던 김병수군이 21살 생일파티에서 위스키를 너무 단시간내에 많이 마시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21살에, 술에 생명을 빼앗긴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술도 이제는 부모와 자녀간 대화의 이슈가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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