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자 한국일보 오피니언의 기자수첩에 어느 투표소의 책임자로 자원봉사한 기자의 글이 실려 있었다. 미국에 이민와서 시민이 되고 또 등기국의 의뢰를 받아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투표행사에 봉사했다는 일은 참으로 보람되고 뜻있는 일이었다고 공감한다.
그런데 얼마 길지 않은 글에 ‘백인’‘흑인’‘멕시칸’‘한인’ 등 인종을 가리는 말들이 여러번 등장했다. 손을 꼭 맞잡고 투표하러 온 80대의 노‘백인’부부, 첫 투표하는 딸을 데리고 온‘멕시칸’어머니, 가게를 끝내고 바삐 마지막 시간에 투표하러 온 ‘한인’부부… 계속 인종적 구별을 줄기차게 밀고 나간다. 왜 그럴 필요가 있는가. 그냥 80대의 노부부, 처음 투표하는 딸을 데리고 온 어머니, 가게 일을 마치고 귀가하기 전 시간을 이용하여 투표하러 온 스몰 비즈니스 주인 부부라고 하면 무슨 중대한 사실을 탈락시키는 일이 되는건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우리 한인들은 이렇게 피부색깔을 꼭 의식 속에 끼고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인 것 같다. 이 나라에 몇년 살다 보면 자기의 체험으로 각 인종에 대한 호오의 감정이 생길 수 있다. 또, 이 나라에 도착하기 이전에 벌써 인종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그 아무도 그렇게 형성된 감정이 절대로 옳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우리가 “한인들은 모두 무례하다” “한인들은 시끄럽다” “한인들은 입에서 마늘 냄새, 김치 냄새가 난다” 등 소리에 참기 어려운 것처럼 인종을 의미하는 말들을 이렇게 많이 쏟아 놓고 어쩌자는 것인가. 인종 표현 단어를 빈발한다는 것은 그만치 주의가 부족하고 인종 차별이 얼마나 이 사회에서는 중대한 타부인지를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절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문의 글에서 이런 인종 표시어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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