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 최초로 세계랭킹 100걸에 든 이형택(99위)이 테니스 야사에 오래 남을 만한 희한한 승리를 거뒀다. 실은 그의 맞상대 이반 고라니세비치(크로아티아)의 희한한 패배라고 해야 옳다.
23일 영국 브라이튼에서 벌어진 삼성오픈 2회전. 툭 하면 욱 하는 성격때문에 심심찮게 가십거리를 만들어내곤 했던 고라니세비치가 자신의 플레이에 화가 치민 나머지 준비해간 라켓 3개를 몽땅 부러뜨린 뒤 도리없이 손을 든 것이다. 전쟁터에서 무기가 떨어져 지레 굴복한 셈.
팽팽하게 진행되던 첫 세트에서 서브를 놓치고 6-5로 밀리게 되자 라켓을 팽개쳐 부러뜨린 고라니세비치는 2세트에서 ‘맨정신’을 찾아 8-6으로 이기며 세트스코어 1대1. 그러나 그의 평정은 곧 깨졌다. 3세트 1-1에서 브레이크 서브 기회를 놓치자 그는 다시한번 폭발, 두 번째 라켓으로 애꿎은 플로어를 내리쳤다가 그대로 뚝. 이제 남은 라켓은 달랑 하나뿐. 코트옆에 놓아둔 가방에서 세번째 라켓을 꺼내든 고라니세비치는 그럭저럭 ‘성질 관리’를 해내는가 싶었으나 2-1인 상황에서 서브실수를 연발, 15-40으로 몰리자 결국 ‘마지막 무기’마저 스스로 망가뜨렸다.
그렇다고 맨손으로 싸울 수도 없는 노릇. 그는 ATP 수퍼바이저 게리 암스트롱과 레퍼리 앨런 밀스에게 다가가 "라켓이 떨어졌다"고 말하고 세트스코어 1대3 패배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한바탕 해프닝을 선사한 그가 내뱉은 말 또한 걸작이다.
"좌우간 올해는 참 안풀린다. 실은 여기에 오고싶지도 않았다. 와일드카드를 준다기에 OK했는데 그게 잘못된 결정이었다. 뭔가 일어날 줄 알았다. 3개만 가져왔기에 망정이지. 이길 것 같지 않아서 3개만 챙긴 것이다."
어쨌든 그는 적절한 장비를 갖추지 못한 데 따라 벌금 1,000달러까지 물어야 할 판이다. 한 선수가 한 게임에서 라켓 3개를 부러뜨린 것도 좀체 보기 드문 사고였지만 만일에 대비해 6-10개의 라켓을 준비하는 통례와 달리 그가 고작 3개만 갖고 경기장에 나타난 것도 예삿일은 아니었다. 그는 이날 오후 크로아티아의 테니스친구 이반 류비시치와 함께 나선 복식경기에서도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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