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를 둔 한인이라면 ‘포케몬’열풍에 시달리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97년 일본에서 TV로 선보인 이 만화 영화는 작년 미국에 상륙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키며 영화뿐만 아니라 카드, 비디오 게임, 인형등 10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 작품이 히트를 치자 일본 만화업계는 ‘모노노케 공주’등 후속타를 내보내며 미국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웬만한 비디오 가게에 가 봐도 불과 몇 년 사이 일본 만화가 크게 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처럼 만화영화 주가가 올라가자 할리웃 영화제작자들도 만화를 보는 태도를 달리하고 있다. 잘 만든 만화영화가 벌어들이는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반의 통념과는 달리 가장 박스 오피스에서 히트를 치는 작품은 성과 폭력이 난무하는 작품이 아니라 G나 PG등급이 매겨진 영화다. 지난 수년간 ‘토이 스토리 II’,‘ 치큰 런’, ‘앤츠’‘벅스 라이프’, ‘타잔’등은 영화만으로 10억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렸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PG 등급 영화가 2,500만달러 매출을 올린 확률은 R등급의 2배며 PG 등급 영화의 중간 매출이 R 등급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영화협회가 2002년부터 20년만에 처음 아카데미상 새 부문을 신설하면서 만화를 추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할리웃 연예물의 폭력과 선정성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영화사들이 집중적으로 만화 제작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돈도 벌면서 욕도 먹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물론 만화영화라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돈을 들이고도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것이 디즈니가 최근에 만든 ‘다이나소어’와 팍스의 ‘타이탄 AE’다. ‘다이나소어’와 ‘타이탄 AE’는 둘 다 뛰어난 특수효과에도 불구, 줄거리가 신통치 않아 아동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만화 영화에 재능 있는 작가와 예술가들이 몰리면서 작품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 ‘포케몬’은 산뜻한 색상과 재치 있는 스토리 전개로 성인들이 봐도 지루하지 않은 작품이며 내용도 소년 소녀가 온갖 모험을 하며 우정을 나눈다는 건설적인 것이다.
단순한 오락물 수준을 넘어 예술적 경지에 이른 작품도 있다. 영국의 계관시인 테드 휴즈의 원작에 바탕을 둔 ‘철의 거인’(The Iron Giant)이 그중 대표적인 것이다. 어린 소년과 외계에서 날아온 거인 로봇과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아름다운 애니메이션과 재치와 유머로 가득 찬 대사등으로 어떤 고전에 못지 않은 감동을 준다. 연말 연휴를 잘 만든 만화영화와 함께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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