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휴스턴에서 발생한 한인 박기영씨의 총격살인·자살사건은 신미년 벽두 미주한인사회를 경악속으로 몰아 넣고있다. 사건을 일으킨 박씨나 변을 당한 장정웅씨 모두 이민경력 20년이 넘는 현지 한인사회 유지급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크다.
당사자들간에 남들이 짐작 못하는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 알수 없지만 오랜세월 동고동락해왔던 아내를 죽이고 여러해 사귀어온 같은 한인 일가족을 끔찍히 살해해야 할만큼 원한이 깊었을리는 만무하다. 네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물설고 낯설은 미국땅에서 밤잠 제대로 못자면서 하루 14~16시간 중노동의 25년 세월을 감내했다는 말인가.
박씨의 사업실패와 도박 그리고 나이 차이가 많은 부인에 대한 의처증등이 사건의 이면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가정적으로나 사업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박씨가 이성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채 감성이 앞선 참극으로 돌파구를 삼은 것으로 보인다. 박씨가 사전에 범행을 준비했다고 하지만 특별한 원한을 가졌을리 없는 장씨의 딸과 부인까지 무참히 살해했다는 보도로 미루어 박씨의 정신상태가 정상이었다고 믿어지지 않는다.
두 한인 가정을 한 순간에 풍지박산 내버린 이 사건은 물질적 성공만을 추구하던 한 한인 이민자가 추구의 대상을 놓치고 난후에 빠진 함정이라는 점에서 비단 두가정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고 우리 한인이민사회 전체의 불행이요 참극이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가뜩이나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한인사회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다시는 이같은 참극이 우리 한인들 사이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건전한 정신건강 풍토의 조성을 위해 범커뮤니티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이번 사건을 우리 모두 스스로를 다시한번 돌아보는 계기로 삼자. 물질만능, 금전만능의 왜곡된 가치관을 가지고 죽도록 일만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이민자의 삶인가, 우리가 2세들에게 물려주기를 원하는 유산이 과연 그런 모습인가를 말이다. 우리가 추구해온 아메리칸 드림의 길이 삐뚜러졌던 것이 아닌지 돌이켜보자. 아메리칸 드림은 인간성을 상실하고, 영혼을 팔아가면서까지 물질적인 풍요를 얻는데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 생명을 - 타인의 생명 뿐 아니라 자기자신의 생명도 - 존중하는 사회의 실현이 아메리칸 드림이 진정 추구하는 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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