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痼疾)이란 말은 앓은 지 오래되어 고치기 어려운 병을 뜻한다. 쉬운 말로 하면 불치병이다. ‘한인 단체는 왜 존재하는가. 싸우고 갈라서기 위해서다’- 적어도 LA 한인사회에서는 맞는 정의라고 생각된다. 한인 단체의 싸움이 말 그대로 고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이 고질은 이제는 단순 불치병이 아니라 중증의 병이라고 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 같다.
LA 한인사회 역사는 한인 단체들의 분규와 이합집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소한 문제에서 발단이 돼 툭하면 비난 성명서 발표에다가, 법정 소송으로 가기 일쑤인 게 한인 단체들의 모습이어서 하는 말이다. 멀리 과거까지 거슬러갈 필요도 없다. 수년 전만 해도 한인회 선거만 끝났다 하면 반드시 소송이 뒤따랐다. 체육회가 법정싸움으로 양분된 지는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여성 경제단체도 둘로 갈라섰다.
이뿐이 아니다. 노인 단체다, 문화 단체다, 심지어 교회 단체도 심한 내분을 보여오기는 마찬가지였다. 한인 사회에 수백개가 넘는 단체가 생겨난 것도 따지고 보면 고질화된 감투싸움과 무관치 않다. 조금만 의견이 맞지 않아도 뛰쳐나가 유사단체 만들기가 예사였기 때문이다.
한인 단체들의 내분과 갈라서기에는 그렇지만 반드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우선 돈 문제가 확실치 않으면 반드시 탈이 난다. 또 회장단 등의 독선이 지나쳐도 그렇다. 한 마디로 투명성 결여다. 이런 문제들이 자체에서 거론돼 해결이 안되면 비난 성명전이 따르고 법정 소송이 이루어진다. 그러다가 결국은 서로 상처만 입고 갈라서게 된다.
미 서부재향군인회 내분도 이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한쪽에서는 현 회장이 독선적 운영에, 자금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 회장단측은 재향군인회 내부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을 외부로 끌고 나가 정관을 무시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한다. 결국은 제명과 법적 대응으로 맞서 내분은 확대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시시비비가 어찌됐든 그건 당사자들의 관심사일 뿐이다. 대다수 한인들에게는 ‘또 감투싸움이 벌어졌구나’ 하는 인상만 주고 있다. 재향군인회의 내부싸움은 이미 한국 재향군인회 본부에 대한 투서전 양상도 보여왔다. 월드컵 후원 문제를 놓고 한인 단체들이 싸움을 벌여 서울에까지 알려진 게 엊그제 일이다. 이래저래 LA 한인사회는 또 망신만 하게 됐다. 상식과 순리로 일을 매듭짓는 풍토가 너무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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