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시각
▶ 도로시 라비노위츠 (월스트릿저널 기고)
올해 최우수 영화가 어떤 것인지는 아카데미상 심사위원들이 결정할 문제나 훌륭한 영화냐 아니냐를 판별하는 한가지 기준이 있다. 그것은 단 10분간이라도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팝콘 씹는 소리와 냄새를 잊게 해 줄 힘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원시적이기는 하나 상당히 믿을 만한 잣대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에린 브로코비치’는 여기서 제외돼야 한다. 로버츠는 여우주연상을 받아도 좋을 만큼 연기를 잘 했지만 영화 자체는 문제가 많다. 영화 줄거리는 이혼한 후 혼자 아이를 키우며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던 여성이 퍼시픽 개스 & 일렉트릭사가 수도원을 오염시켜 가주 소도시 주민들을 중병에 걸리게 한 사실을 밝혀내고 사상 최대의 손해배상금을 받아낸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지난 수십년간 TV 연속극의 단골 메뉴다. 이 영화에서도 여주인공은 직장 동료와 변호사, 자녀와 남자친구의 모욕과 분노를 모두 이겨내고 승리하며 여기 나오는 남성은 악당이 아니면 바보로 묘사돼 있다.
반면 브로코비치를 만든 스티븐 소더버그의 또 하나 작품인 ‘트래픽’은 걸작이다. 마약과의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는 인물들의 모습을 리얼하고도 강렬하게 묘사하고 있다. 마약사범과 영웅적 싸움을 벌이는 멕시코 경찰로 나오는 베니시오 델 토로는 남우주연상을 받을 만하다.
들리는 얘기로는 ‘와호장룡’도 지금까지 작품상 선두주자였던 ‘글래디에이터’를 누르고 작품상 획득이 유력시된다는 것이다. 중국 무협지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이 상을 타기는 어렵겠지만 주연 배우들의 명연기와 서정적 강렬함, 숨막히는 칼싸움 장면등으로 볼 때 상 받을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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