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속 단골 소재-달라진 시대상 드라마 반영
TV는 시대를 반영한다. 특히 드라마는 더욱 그렇다. 요즘 드라마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가 ‘연상연하 커플’과 ‘미혼모’ 이야기다.
’연상연하 커플’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지난해 최진실-조성민 커플의 결혼으로 당위성(?)을 갖는 이야기가 됐다. 연예인 커플 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삶속에서도 연상연하 커플의 만남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미혼모를 소재로 한 것도 그렇다. 1970년대 고속 질주한 산업사회로의 이행에서 신분을 극복하지 못한 사랑은 ‘사생아’라는 부산물을 낳았다. 그런데 요즘은 당당히 사회의 편협된 시각에 맞서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미혼모가 된다.
◆연상연하 커플 오후 8시 30분대 방송되는 KBS와 MBC의 일일드라마는 시간대 특성상 온 가족이 같이 보기 때문에 다분히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다.
그런 두 방송사의 일일드라마가 공교롭게도 모두 연상의 여자와 연하 남자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먼저 시작한 KBS 1TV <우리가 남인가요?>는 한창 배종옥과 김호진의 사랑을 일구고 있다. 김호진이 어리다는 걸 알기에 쉽게 마음을 열어놓지 않았던 배종옥이 겨우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5살이나 나이차가 난다는 걸 뒤늦게 안 후 배종옥은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김호진은 막무가내다.
다음달 16일 시작할 MBC TV <결혼의 법칙>에 등장하는 박상아도 4살 어린 친구의 동생과 결혼하게 된다. 자신을 너무나 속속들이 알고 있는 친구가 오히려 사랑의 큰 장애물이 되는 내용이다.
연상연하 커플을 다룬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은 그들이 부딪히는 문제를 함께 극복해가며 ‘연상연하도 별 거 아니네’라는 공감대까지 형성하게 된다. 사랑은 국경도 초월한다는데 나이쯤이야 얼마든지 초월할 수 있다는 걸 새삼 일깨워준다.
◆미혼모 1970년대 <청춘의 덫>과 1999년의 <청춘의 덫>은 느낌이 분명 달랐다.
얼마전 화제속에 막을 내린 KBS 2TV 주말극 <태양은 가득히>에서 김지수는 기꺼이 미혼모가 됐다.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배신당하고, 뱃속의 아이를 지우려 했으나 실패한 후 오히려 삶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로 바뀌게 된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는, 그리고 아이를 버린 남자를 용서하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KBS 2TV <비단향꽃무>는 미혼모를 여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사랑하는 남자가 결혼을 앞두고 죽고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안 여자가 당당히 아이를 낳아 키우는 내용. 그는 새로운 사랑도 찾게 된다.
SBS TV가 <아름다운 날들> 후속으로 선보일 <수호천사>도 미혼모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 미혼모가 아니라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언니 부부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기 직전 세상에 남긴 아이를 자신의 호적에 입적해 키우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남자에 대한 사랑이 아닌, 언니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법적으론 분명한 미혼모가 된 셈이다.
70년대 <미워도 다시 한번>류는 사회적 지위가 낮은 여자가 부잣집 아들을 사랑하게 됐고 아이를 가졌는데 결국 아이마저 빼앗기는 처량한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01년 드라마속의 미혼모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이다. 아직까지도 사회에서 겉으로만 맴돌던 미혼모 이야기가 TV 드라마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며 얼마나 시청자들의 의식을 바꿔놓을 지 주목된다.
이외에도 지난주 새로 시작한 KBS 2TV <푸른안개>는 40대 유부남과 20대 초반 처녀와의 불륜을 소재로 하는 등 파격적인 소재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루고 있어 관심거리다.
김가희 기자 kahee@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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