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조 왕건’ 강비역 5월초 최후-"힘들어서 이젠 좀 쉬고 싶다"
"5년 동안 사극, 그것도 대하 사극만 했는데 이제 죽을 때가 다가오니 아쉽네요."
KBS 1TV 대하사극 <태조 왕건>에서 강비(연화)로 출연 중인 김혜리(30)는 지난 5년간 KBS 1TV 대하사극에 연이어 출연했다. 지난 97년 <용의 눈물>에서는 덕실이 역으로, 98년부터 99년까지 <왕과 비>에서는 단종의 할머니 혜빈 양씨로 출연했다.
지난 5년간 과거 역사 속에서 산 것이다. 사극이라는 것이 원래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출연하는 동안은 거의 일주일에 4~5일 정도는 촬영에 할애해야 한다. 그래서 김혜리는 "청바지 입고 다니는 게 더 어색하게 느껴진다. 가끔은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사극 대사 톤으로 말할 때도 있다"고 한다.
사극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태조 왕건>에 캐스팅 될 당시만 해도 "대하사극에 계속 출연하겠다"며 호기롭게 말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힘들어서 좀 쉬고 싶다. 특히 말이라면 알레르기가 날 정도다"며 손사래를 친다.
말 그대로 김혜리는 이번 촬영을 하면서 말 알레르기를 앓았다. 처음엔 괜찮았는데 극 초반 낙마하며 엉덩이뼈를 다친 후 이상하게 말 근처에만 가면 간지럽고 붓는 등 궁합이 맞질 않았다. 그래서 여름엔 얼음 찜질을 해가면서 말을 타야만 했다. 김혜리가 <태조 왕건> 촬영 중 가장 진저리를 치는 기억이다.
김혜리 뿐 아니라 모든 출연자들에게 마찬가지지만 여름과 겨울, 계절과 싸우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말이 좋아 황후지 알고 보면 생선 장수나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겉으론 화려한 의상만 보이지만 한꺼풀만 벗으면 생선 장수들이 잘입는 몸빼 바지 차림이 여름 복장이었다.
게다가 그 큰 가발을 둘러 쓰고 있으면 무거워 목이 아픈데다가 땀이 비오듯 흘러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땀띠는 기본적으로 달고 다니는 것.
겨울엔 내복, 조끼, 카디건 등 5벌 정도 옷을 입은 뒤 파스까지 대여섯개 붙이고 촬영해야할 만큼 추위는 견디기 힘들었다. "가끔은 숨 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고생도 끝날 때가 됐다. 강비가 곧 최후를 맞이하기 때문. 궁예의 폭정이 심해지면서 강비의 아버지인 강장자마저 죽이자 연화는 왕건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거절당하자 궁예와 직접 담판을 짓기 위해 찾아갔다가 죽임을 당하게 된다.
"역사책에는 입에 담지도 못할 만큼 잔인하게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깨끗하게 죽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한다. 어떤 최후를 맞을 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이 장면은 5월 초 방송 예정이다.
김혜리는 "강비가 죽을 때가 <태조 왕건>에서 무척 중요한 시기죠. 곧 이어 왕건의 정변이 일어나고 궁예가 최후를 맞게 되니까요. 나름대로 저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죠"라며 의욕을 내비친다. "죽을 힘을 다해 죽겠습니다"는 장난스런 말도 덧붙이면서.
/이상목 기자 mosquito@dailysports.co.kr
<사진>
김혜리는 5년만에 처음으로 머리를 염색했다. 계속 사극에 출연하느라 염색 머리는 엄두도 못냈는데 최근 큰 결심을 하고 염색했다고 한다.
/이호형 기자 leemario@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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