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캐릭터 완벽소화 한껏 물오른 연기
’물이 올랐다’는 표현만으론 모자란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고, 순간 순간 섬뜩해진다.
이병헌(31). SBS TV 드라마 스페셜 <아름다운 날들>에서 이민철 역으로 출연중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번지점프를 하다>를 통해 ‘배우 이병헌’의 진가를 확인했던 이들도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한다.
영화야 고작해야(?) 전국 600만여명이 봤지만 드라마의 위력이라는 게 시청률 25%가 넘으면 매회 600만명 이상이 보기 때문에 그의 팬뿐 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도 그의 신들린 연기를 피해갈 수 없다. 배우란 연기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새삼 그는 일깨워주고 있다.
#1. 연수(최지우 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무렵. 오해로 인해 두 남녀가 방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갈등을 표현하는 장면이 있었다. 방안 문 앞에서 서성거리며 왔다갔다했던 이병헌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팽팽한 긴장과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그만의 갈등의 세계가 보는 이들도 숨이 막힐 정도로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2. 리얼한 키스신. 조금은 유치하다 싶게 빨간 장미로 만든 하트 안에서 그는 연수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그리고 이어진 키스신. 그 자신이 민철이 됐다고 충분히 느끼게끔 최지우와 황홀한 키스신을 연출했다.
#3. 그의 절제된 감정선은 눈을 통해 절정으로 드러난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며, 곁에 두고 싶지만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작은 한숨을 쉬며 눈물만 눈가에 그렁그렁 달았었다. 뚝뚝 흘리지도 못하고. 그러면서 그는 "연수씨, 나도 연수씨 보니까 좋아요"라고 짧게 말했다.
이병헌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 동생에 대한 연민, 새엄마에 대한 애증, 그리고 한 여자에게 빠져드는 복잡한 남성 심리를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그의 연기로 인해 상대역 최지우는 최소한 그의 감정에 함께 몰입되는 수확을 거뒀다는 시각도 있다.
이병헌은 사석에서 "다시는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드라마 제작상황을 보면 그런 말을 하는 심정이 이해가 간다. 대본이 늦어 다음 장면이 뭔지도 모른 채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기에.(그럼에도 그는 그 연기를 해내고 있다)
하지만 팬들은 아쉽다. 그의 절정의 연기를 영화에서만 봐야 한다는 건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들기 때문이다.
▲얼마나 바쁜가이병헌은 15일 오후 급기야 쓰러졌다. 전날 밤샘 촬영 후 오전부터 다시 이어진 촬영 강행군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쓰러진 것. 신열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며 탈진 한 그는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그러나 촬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병헌은 링거 주사를 한대 맞은 후 곧바로 촬영장에 복귀해야 했다.
현재 드라마 한편에만 출연하고 있는 그를 탈진으로까지 몰고 간 것은 촬영이 몰아서 진행되는 탓. 31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아름다운 날들>은 수,목요일 방송 대본이 주초에야 나오는 ‘악순환’이 계속된 지 오래. 이병헌이 "지금까지 한 드라마 중 가장 힘들게 촬영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그 때문.
그러나 드라마 촬영만 있는 게 아니다. 그는 16일 새벽까지 촬영을 마친 후 바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광고주와의 약속 때문에 자세한 사항을 말할 수 없다"는 CF를 찍기 위해서다. 도무지 쉴 수 없는 상황.
▲인터넷 반응17일 현재 <아름다운 날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오른 글은 무려 20만 건. 이 중 대부분이 이병헌의 연기를 극찬하는 내용이다. 그에 대한 글에는 꼭 ‘연기자가 천직’, ‘타고난 배우’, ‘물오른 연기’ 등의 말이 붙는다. 또 ‘나도 남자지만 정말 멋지다.
그 눈빛, 그 고독한 눈빛은 정말 매력적이다’는 등 경외감이 뚝뚝 묻어나는 의견들은 이병헌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김가희 기자 kahee@dailysports.co.kr
윤고은 기자 pretty@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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