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성의식 변화따라 내용·화면 과감하게 표현
MBC TV 주말극 <그 여자네 집>(작가 김정수. 연출 박종) 첫 회를 본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차인표와 김남주가 결혼도 하지않은 채 2년 동안이나 동거해왔다는 설정이었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남주가 차인표의 와이셔츠만 입은 채로 음식을 했고(많은 시청자들은 이 장면이 다 벗고 있는 장면보다 더 야하게 느꼈다는 시청소감을 올려놓았다), 정사 직후의 상황이라고 짐작되는 장면이 모두 1회에 등장했다.
드라마가 현실의 성의식 변화에 발맞춰 과감해지고 있다. 공중파 방송은 사회 통념의 최후의 보루. 그런 공중파 드라마가 적나라한 설정과 화면으로 사회 저변에 깔린 성의식 현실을 충실하게(?) 좇고 있는 것.
◆드라마의 현실.앞서 언급했던 <그 여자네 집>이 그러했지만, 얼마 전 끝난 KBS 2TV 미니시리즈 <비단향꽃무>(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는 미혼모의 이야기였다. 미혼모란 결혼하기 전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SBS TV <덕이>(극본 이희우. 연출 장형일)에서도 박정철을 끝까지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했던 강성연은 자살한 박정철의 아이를 가졌다. 물론 이들 역시 결혼한 것이 아니었다. 강성연은 박정철을 자기가 먼저 포옹하는 등 적극적인 면을 보였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KBS 2TV 주말극 <푸른 안개>(극본 이금림. 연출 표민수). 40대 가정이 있는 남성과 20대 초반 여성의 사랑을 현실에 밑바탕을 두며 그려내 시청자들의 공감과 분노를 동시에 사고 있는 작품.
그 전까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고민했던 이경영이 이성이 막을 수 없는 이요원에 대한 사랑을 감정이 이끌리는 대로 표현하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는 자동차 안에서의 키스였다. 집을 나와 오피스텔에서 이요원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그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언뜻 둘의 육체관계까지 연상하게 된다.
현재 방영중인 SBS TV 드라마스페셜 <아름다운 날들>(극본 윤성희. 연출 이장수)에서도 이병헌과 최지우의 리얼한 키스신이 화제가 됐다. 보통 키스신을 촬영할 때는 어깨에 고개를 묻어 턱 주변에 입술을 갖다대 적당히 흉내만 내는 것이 예사. 하지만 두 작품의 키스신은 입술과 입술이 맞부딪히는 실제와 똑 같은 장면을 연출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것.
◆어떤 현상일까. ’다행히’ 이런 화면과 상황이 벌어지는 드라마는 우리 방송계에서 꽤 이름있는 연출가와 탄탄한 실력을 갖춘 작가에 의해서 묘사된다. 즉 나름대로 작품성이 확보되는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과 설정들이 필수불가결 하게 선택된다는 것.
최근 화제가 됐던 연상녀 연하남 커플의 이야기도 두 방송사의 대표적인 일일극에서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방송사에선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는 셈이다.
<그 여자네 집>을 쓰고 있는 김정수 작가는 첫 회 장면에 대해 "나 역시 박종 감독이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지 보고 싶었다"고 웃으며 "요즘 젊은이들이 사랑을 하면 육체관계를 맺는 건 흔한 일 아니냐. 어차피 현실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결혼하길 꺼려 하는 김남주와 차인표의 사랑에 육체적인 게 빠진다면 시청자들 입장에선 둘의 갈등이 이해가 안될 것"이란 말로 당위성을 설명했다.
제작 현장에선 이러한 장면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방송사 자체 심의에서 지적 받아도 상황상 어쩔 수 없고 현실이 그렇지 않느냐고 응답하면 끄덕이게 된다.
한 드라마 PD는 "젊은 세대들의 감각을 쫓아가는 트렌디 드라마에서 만약 어줍잖게 손만 잡는다면 그것도 이상하지 않느냐. 구태의연한 화면을 잡아내는 것보다는 현실적인 설정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고 말한다.
김가희 기자 kahee@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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