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대통령의 별명은 ‘더브야’(dubya)다. 처음 매스컴에서 더브야라는 호칭을 접했을 때 부시를 지칭하는 것이 확실한데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백과사전에도 나와있지 않았다. 영어를 잘하고 미국정치에 일가견 있다는 이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모르겠다고들 했다. 그럴수록 궁금증은 더해져서 여기저기 헤집고 다닌 끝에 간신히 밝혀낸 뜻은 정말 싱겁기 짝이 없었다.
부시를 그 아버지 조지 부시 전대통령과 구분하기 위해 미들 이니셜 W로 호칭했는데 다소 어눌한 부시의 텍사스식 W발음이 더브야에 가깝게 들려 애칭으로 굳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1월 부시가 대통령에 취임,백악관에 입성해보니 백악관내 컴퓨터 키보드에서 더브야, W가 모두 없어졌더라는 가십성 보도가 있었다. 여론은 처음에는 퇴임한 클린턴진영의 젊은 직원들이 짖궂은 장난을 친 것으로 간주하고 웃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계속된 보도를 접하니 장난의 범주를 넘어서서 파괴에 가까운 행태였다. 사무실 문패를 저속한 글자로 바꿔놓고 컴퓨터 케이블을 조각조각 잘라 놓았으며 화장실에도 낙서 투성이었다는 것이다. 냉장고 안에는 쓰레기를 가득 채워 놓았고 책상들을 뒤엎어 엉망을 만들어 놓았다고 했다. 더 이상 웃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매스컴에서는 밴달리즘이라고 표현했으며 국민 대부분이 클린턴 진영을 비난했다. 철저히 조사해 범인을 찾아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런데 ‘더브야’가 점잖게 한마디를 했다. "새출발의 시점에서 화합이 절실한 마당에 사소한 일을 문제삼지 말아라"고. 언론들은 일제히 부시의 의연함을 칭찬했다. 부시의 공보비서 아리 플레셔는 기자들에게 백악관이 밴달리즘 피해목록을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목록은 그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발표된 적이 없다. 목록이 작성된 일조차 없었다. 클린턴의 천적인 공화당의 롭 바하원의원 명령에 따라 이문제를 조사한 연방의회 일반회계국(GAO) 보고서는 "고의적으로 행해진 파괴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연방정부 건물의 관리를 담당하는 GSA도 "클린턴 진영이 철수하고 난 후 백악관 건물내에서 정상적인 마모 이외에 고의적인 파괴의 기록은 없었다"고 밝혔다.
클린턴 퇴임당시의 백악관 스탭가운데 30여명이 이 보고서를 근거로 백악관측에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플레셔대변인은 "한번 문제를 관대하게 처리하기로 했는데 더 이상 왈가왈부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사과를 거부했다.
새대통령 진영에서 전임대통령 스탭을 밴달로 몰아서 비난의 화살을 맞게한 뒤 증거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자 어물쩍 넘어가자는 것이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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