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분쟁을 많이 다루면서 분쟁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어떤 분쟁이든 아주 작은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대개 분쟁은 그렇게 발생하여 여러 모양, 여러 가지로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사건으로 비화되곤 한다.
최근 한인타운 어느 아파트에서 일어난 분쟁도 그런 좋은 예가 된다. 그 아파트는 세탁기 사용 시간을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로 정해놓을 정도로 소음방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런데 더위를 많이 타는 한 주민이 항상 새벽 2시30분에 에어컨을 켜서 문제가 생겼다. 한밤중 에어컨 소리에 이웃 주민들이 잠을 설치고 그에 대한 시정을 부탁했는데도 고쳐지지 않자 4.29 분쟁센터에서 상담을 맡게 되었다.
한인타운에 있는 아파트들 중에는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의 거리가 일정치 않은 아파트들이 있다. 그래서 건너 편 이웃 아파트의 이야기 소리가 다 들리고, 집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 눈에 들어올 수가 있다. 그래서 블라인더나 커텐은 필수적이다.
에어컨 소리가 문제가 된 아파트는 상대방 이웃과의 창문 거리가 2미터도 안되고 보니 자연히 조그마한 소리도 소음으로 느껴질 수가 있었다. 앞집 뿐만 아니라 바로 위, 아래, 양 옆 집에서의 소리도 소음이 되기가 쉽다. 우리 한인들은 “한인들 끼리야 이만한 것은 이해해 주겠지” 혹은 “나 혼자 쯤이야” 하면서 이웃에 실례를 범하고서도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백인들과 함께 있는 곳에서는 “한국을 부끄럽게 해서는 안된다”며 지나치게 민족적 자존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볼수 있다.
이번 에어컨 문제도 백인에게 지적을 당했다면 더위를 탄다는 이웃이 계속해서 야밤에 에어컨을 켰을까 하는 의아심도 일어난다. 일단, 아파트 메니저가 책임을 지고 소음 문제를 조정하기로 하고 매듭 지었지만, 한인이든 백인이든 이웃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면서 양보를 해 나간다면,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kac429center@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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