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아내한테서 크게 혼이 난 적이 있다. 젊은 여자와 차를 타고 가는 자기 모습이 찍힌 사진이 집으로 날아왔기 때문이다. “근무 시간에 웬 엉뚱한 짓을 하고 다니느냐” 는 아내의 추궁에 “그 여자는 회사 고객”이라고 해명해 간신히 위기를 넘겼지만 아내의 의심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다.
이 사진을 찍어 보낸 곳은 사설탐정이나 공갈 협박단이 아니라 경찰이다. LA 교차로 곳곳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우편으로 자기 얼굴이 찍힌 티켓을 받는 한인도 많아지고 있다. 사진 티켓은 벌금도 271 달러로 높을 뿐 아니라 운전자 얼굴과 라이선스 번호판, 날짜와 장소가 또렷이 박혀 있기 때문에 법정에 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또 종전처럼 경찰이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 상대방이 없다는 이유로 운 좋게 승소하는 일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교통 법규 위반 제재가 엄격해지면서 경관이 나오지 않을 경우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재판 날짜를 다시 잡는 쪽으로 법원 방침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교차로에 무인 카메라가 설치되기 시작한 것은 교차로 충돌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 92~98년 사이 일반 충돌 사고는 5% 늘어난 반면 교차로 충돌 사고는 그 3배가 넘는 16% 증가율을 보였다. 그만큼 빨간 불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빨간 불에 그냥 지나가는 사람 때문에 연 8만9,000건의 사고가 일어나며 8만2,000명이 부상을 입고 1,000명이 사망한다. 건널목 전체로는 연 180만 건의 사고가 일어나 7,800명이 목숨을 잃는다. 건널목이 교통 사고의 주범인 셈이다.
연방 고속 도로국에 따르면 LA와 플로리다, 메릴랜드 등지에 이를 설치한 후 사고율이 20~60%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 카메라 효과가 입증되면서 그 숫자는 나날이 늘고 있다. LA에도 3가와 버몬트등 한인타운 일대를 포함, 곳곳에 카메라가 숨어 있다.
교통 전문가들은 “빨간 불에 전속력으로 달리고 수시로 레인을 바꾸는 사람과 신호를 정확히 지키는 사람과 같은 거리를 가는 데 드는 시간을 비교하면 거의 차이가 없다”며 “무인 카메라 때문이 아니라 자신과 남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빨간 불 신호만은 지키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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