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틈이 없이 지내는 미국생활에서 고국을 찾는다는 것은 몇 년 전부터의 희망사항이었지 실제로 이루지를 못하다가 동서가족의 끈질긴 권유로 얼마전 만사 제쳐두고 모국행 비행기를 탔다.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떠난 우리 두 가족은 LA 한 여행사의 모국 방문 여행단 일원으로 일주일 남짓한 감동에 몸을 담았다.
첫째날과 둘째날 우리는 가이드들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서울 주변을 관광했고 그 다음 이어진 제주도 관광도 감동의 연속이었다. 미국생활이 분주해 여유가 없이 사는 동포들 누구나 꼭 한번은 다녀올 만한 고국 여행이었다. 그런가 하면 다소간의 아쉬움과 우리가 자라온 모국이 되새겨 보아야할 부분이 있어 함께 나누고자 한다.
제주여행에서였다. 값도 비싸고 훌륭한 호텔을 마련해 준 여행사가 단체관광에서 준비한 옵션이 있었다. 여행의 흥미와 볼거리를 더하기 위해 고안되었겠지만, 옵션 때문에 관광 일정의 여러 시간을 묶어야 한다는 것은 아쉬움을 남겨 준다. 옵션이 참으로 좋은 것이면 본래 일정에 포함시키든지, 개인의 취향이 따르는 것이면 선택으로 남기고, 일정은 계속해서 진행해야 되지 않았을까. 더구나 현지 가이드가 안내한 관광특산물과 기념품 구입을 위해 마련된 시간은 너무 상업적인 발상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자못 아쉽다. 혹시 경쟁 때문에 현지 가이드의 수입이 고려 안됐다면 사전에 추가하든지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제주 삼군부리, 신혼여행의 추억을 더듬으며 다녀왔는데 이게 웬일인가. 화장실을 가는데 출입문이 활짝 열려 있어 용변 보는 이들의 모습이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제주도뿐 아니라 부산, 경주, 설악산 가는 중에 들린 동해휴게소… 그 밖의 여러 곳에서 겪지 않으면 안될 부끄러운 실상이었다.
또 부산 어느 식당에 가보니 화장실 티슈가 냅킨대용으로 식탁에 내 놓여졌다. 함께 한 일행 중에는 한국인 아내를 둔 미국인도 있었다. 망연자실할 노릇이었다.
대한민국이 국제적인 행사를 치르고, 선진국으로 당당하게 도약해야 하는 마당에 외국 손님들을 손색없이 맞이하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와 우리 생활습관에만 젖지 말고 선진 문화시민의 생활양식에 대한 국민 모두의 이해와 적극적인 홍보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더구나 올해를‘한국 방문의 해’로 정한 시점에 이면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조만간에 월드컵대회로 전 세계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한국이 일본과 비교해서 뒤떨어지지 않는, 오히려 앞서 가는 인상을 내보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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