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아들이 집 떠날 때는 세상이 무너진듯 허전했는데… 막상 다시 돌아오니 꼭 좋은 것만도 아니에요”
UC계열 대학을 다니던 아들이 지난달 졸업식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자 K씨 부부가 느끼는 솔직한 심정이다. 자주 못 보던 아들을 아침저녁 보게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몇년 안 하던 ‘자식 시집살이’다시 하려니 “그것도 스트레스다”고 이들 부부는 말한다.
“대학 가기 전에야 품안의 자식이니 야단도 치고, 잔소리도 했지만, 몇년 나가 있다 제 딴에는 어른이 되어서 돌아온 아이에게 전같이 막 할 수가 없어요”
게다가 기숙사와 아파트에서 자유롭게 살다온 아들은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밤에 들어오는 시간 제멋대로이고, 양말·옷가지는 벗어서 여기저기 던져놓고… “부부만 살던 한갓진 생활이 깨지고 집안이 여간 번잡스럽지가 않다”고 한다.
대학·대학원 졸업식의 흥분이 한차례 휩쓸고 간 지난 한달 사이 미전국에는 ‘부메랑 자녀’라고 불리는 젊은이들이 대거 양산되었다. 대학 입학하면서 집을 나가 독립해 살다가 졸업 후 부모 밑으로 되돌아온 성인자녀들이다. 그들 숫자가 많다 보니 ‘boomeranger’란 이름까지 생겼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젊은이들에게 ‘부모와 같이 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무능’의 상징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성인자녀가 집에 들어와 살면 부모들은 ‘디어 애비’같은 인생상담란이나 두드리며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했다. 전후세대인 이들 부모는 자녀가 막노동을 하든, 배를 곯든 ‘젊어 고생은 돈주고도 못한다’며 자립정신을 강조했다. 그런데 베이비 붐세대가 성인 자녀들의 부모가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도울 수 있으면 돕지 왜 자식들을 고생시키나”의 정서이다. 젊은이들도 “사서 고생할 것 없이 좀 불편하더라도 부모 밑에서 살자”는 실용적인 생각이 특히 지난 몇년 사이 널리 퍼졌다. 2000년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18~24세 독신남녀 인구 중 부모와 같이 사는 사람이 절반이나 된다.
지난달의 대학생 대상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1,500명 응답자중 “졸업후 한 달에서 1년 정도는 부모와 살 계획”이라는 대답이 62%였다. ‘한 달에서 1년’이란 기간은 물론 일자리 잡기까지의 기간. ‘부메랑 자녀’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직이 안 돼 수입이 없는 것이다.
올해와 같이 경제가 나쁘고 구직난이 심할 때면‘부메랑 자녀’는 늘게 마련. 지난 몇년 잘 나가다가 닷컴산업 붕괴와 함께 짐 싸들고 집으로 돌아온 자녀들도 상당하다. 그러니 “취직 안 돼 스트레스 받는 자식 눈치 보느라” 내 집에서 바늘방석인 부모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부모들 위해서라도 경제가 어서 풀려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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