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만재 <칼스테이트 프레즈노 정치학과 교수>
우리가 참기 힘든 일 중에 하나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차별 대우를 받았을 때 느끼는 모독 감이다. 한일 관계에서도 우리가 차별의식을 느끼게 되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가. 현재로서는 추측이지만, 미국에서 일어난 이 유례 없는 테러사건의 원인도 미국이 아랍권 국가들과 이스라엘에 형평성을 잃은 정책을 써온 데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너무나 이스라엘의 편에 선 나머지 아랍권에서는 석유공급이나 보장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안이한 태도로 이스라엘 옹호정책만 펴다가 당한 일이라고 보여진다. 1948년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낸 자리에 이스라엘인들이 자기 국가를 설립하도록 지원해 준 것을 시작으로 미국은 이스라엘 후원국으로, 이스라엘 아랍 분쟁 때마다 이스라엘 편을 들어왔다.
미국의 비호 하에 이스라엘은 중동지역에 군림하면서 아랍인들을 이등국민으로 취급해 왔으며 미국은 이에 동조하는 정책만을 되풀이해 왔다. 피난민 촌에서 반세기 넘게 유대인에 대한 증오, 이로 인한 폭력과 죽음만을 목격하며 자라난 아랍인들에게는 치욕의 한과 악만 남아 있다는 것을 미국은 알아야 할 것이다. 불과 일주일전 남아공에서 열린 세계 인종차별 규탄대회에서 전 세계가 이스라엘을 인종차별 국가로 지목하자 미국이 이스라엘과 같이 이 회의에서 퇴장한 것도 미국의 이스라엘 편애를 대변한 좋은 예라 하겠다.
유대인들이 당한 역사적 비극을 축소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유대인이야말로 평화와 번영을 누릴 만한 대가를 너무나 오래 치러온 민족이기에 압박의 서러움을 아는 우리로서는 무한한 동정이 간다. 또 미국의 각 주류분야에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고 있는 유대인들이 인권, 학문 분야 등에서 일구어 놓은 공로로 우리가 덕을 보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디아스포라 이후 유대인들은 미국에서 황금시대를 누리고 있다. 그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미국은 형평성 있는 외교정책을 펴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영향력을 사용해야 할 것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절실히 느끼기를 바란다. 형평성은 미국 외교 정책의 도덕성 회복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다. 이것이 미국이 세계와 공존하는 길이자, 가진 자, 힘센 자의 책임이기도하다.
그러나 그럴 것 같지가 않다. 미 국민들의 여론은 미국의 강경 무력 노선을 지지하는 쪽으로 급전환하면서 극단의 보수정책이 강세를 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여기에다 침체 된 경제 사정까지 겹쳐서 소수민족 희생양론이 휩쓸지 모른다. 우리는 이런 추세를 경계하고 부를 과시하지 말아야 하겠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때일수록 진실한 주류사회 참여가 필요하다. 헌혈을 비롯한 자원봉사 등을 통해 나라 위기 극복에 적극 참여하여 미국을 더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도리며 살아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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