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 옥세철 논설실장
동양에서 병법(兵法)을 말할 때 흔히 거론되는 게 손자(孫子)와 순자(荀子)다. 손자병법의 요체는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양동작전(陽動作戰)이다. 따라서 기습이 강조된다. 순자병법의 요체는 소모전 개념이다. 그러므로 병참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서양의 병법은 순자류에 가깝다. 순자병법, 즉 서양식 관점은 일단 양측 지휘관의 능력은 비등하다고 본다. 때문에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화력이라는 판단이다.
이 같이 순자병법의 원칙에 충실해서인지 근대와 현대의 주요 전쟁은 대부분이 소모전 양상을 보여왔다. 그 효시는 미국의 남북전쟁이다.
우수 지휘관은 남군쪽에 많았으나, 보다 많은 인력에, 막강한 공업력을 바탕으로 한 북군에게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이후 주요 전쟁은 대규모 소모전 양상을 보여왔다. 세계 1차대전이 그렇다. 2차대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전쟁 이후 전쟁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전 역시 열전(熱戰)에, 소모전 양상을 보였으나 한가지 없던 개념이 도입됐다. ‘국지 제한전’ 개념이다.
월남전에서부터 전쟁의 개념, 다른 말로 하면 전술은 그 개념이 크게 달라진다. 뚜렷한 전선이 없는 상황에서 엄청난 화력의 수십만 미지상군이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세기의 마지막 전쟁, 걸프전은 종전과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미 월남전에서 그 효용도가 입증된 특수부대의 활약 탓이다.
이 특수부대의 중요성은 이미 2,500여년 전부터 지적됐다. "대체로 싸움은 정도(正道)로써 적과 맞부딪치고 기도(奇道)로써 이기는 것이다… 전세는 기도와 정도의 두 가지에 불과하나, 두 가지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기(奇)와 정(正)의 관계는 마치 고리가 끝이 없이 돌아가는 것과 같다…"
손자병법 병세편(兵勢篇)에 나오는 구절로 이 ‘기’(奇)라는 개념은 현대전에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특수부대에 의한 특수작전도 바로 이 ‘기’란 개념으로 풀이할 수 있다.
’21세기의 첫 전쟁’은 ‘특수부대의 전쟁’이 될 것 같다. ‘그린 베레’ ‘델타포스’ ‘실’ ‘레인저’ 등 미군 특수부대는 물론이고 영국의 SAS가 이미 아프가니스탄 안팎에 투입됐고 또 프랑스의 외인부대, 러시아와 독일의 특수부대까지 참가할 예정이라는 보도이기 때문이다.
테러리즘은 손자병법의 개념에서 볼 때 ‘기’(奇)다. 그런 만큼 ‘정’(正)에 해당되는 정규군보다는 ‘기’인 특수부대가 테러전쟁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 아닐까.
특수부대의 특수작전은 이미 시작됐는지 모른다. ‘기’의 움직임은 예측불허의 타이밍에, 예상 밖의 목표물을 공격하게 마련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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