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주일 아침, 느닷없는 공습으로 엄청난 인명피해와 더불어 미국 해군 함대가 수몰 당했던 하와이 진주만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과 뉴욕이 비행기의 동체 공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이에 전 국민들은 경악과 격분을 금치 못해 너도나도 헌혈이다, 구호금이다, 응징에 나서겠다며 젊은이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보복의 악순환은 없어야 한다던가 빈 라덴을 잡되 전쟁은 말아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미국이 반성해야 한다며 자성론까지 들고 나오는 반전론도 없지 않다.
하기야 좋기로는 테러분자들만을 상대해서 설득시키고 회개토록 하여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 수 있는 것일까?
말로야 어떠한 것이던 할 수 없는 게 있겠는가. 문제는 가능성이 있어야 하며 아울러 실천으로 옮겨져야만 하는 것이다.
어느 누가 보복의 악순환을 모르며 전쟁의 비참함을 모르겠느냐마는 그래도 재발은 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함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즉 당장 출혈이 심해 환자가 죽어가고 있는데 시급히 지혈 조치가 있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는 게 아닌가.
사람은 사람 이상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천 불가능의 백마디 이상론보다 한가지라도 우리가 실천 가능한 현실적 조치가 지금으로서는 가장 시급하다.
다시 말해서 잔말이나 야단을 치지 않고도 아이들이 공부를 알아서 하고 착할 수만 있다면야 그 이상 아이들에게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바람일 뿐 현실은 그렇지가 않기 때문에 주의를 주고 때로는 매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아무리 귀중한 다리라 하더라도 썩어 들어가는 다리는 살기 위해서는 잘라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전쟁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고 엄청난 시설물이 파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대로 버려 둔다면 끝없는 참담한 테러가 이어질 뿐이므로 더 큰 죽음과 파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로 이상과 현실의 피치 못할 갈등이 있고 상충이 있는 것이며 이래서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도 필요악의 전쟁이 수행될 수밖에 없다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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