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비치 리커상이었던 김경선씨와 경민씨 형제의 강도 살인사건은 몇날 동안 나의 뇌리를 맴돌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누구에게나 예고없이 닥쳐 올수 있는 강도 사건, 순간적인 판단 미스로 생명까지 빼앗기는 엄청난 일로 비화 되었을 때 사건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며 반성과 깨우침을 갖게 한다.
어느 누구인들 혈육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였을 때 가해자를 응징하려는 충동이 발생하지 않겠는가. 친형이 흉악범에 의하여 총격으로 살해되었을 때 그 분노는 거의 이성을 상실하는 경지에 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를 잃은 허무만이 남아 있지 않은가.
나도 1년 전 강도가 집에까지 뒤따라온 일이 있었다. 남편이 출장으로 집을 비운 사이 미팅을 끝내고 밤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 동네 만은 안전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차고문을 열어 놓은 채 자동차 트렁크 안을 정리한뒤 핸드백을 메고 집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등뒤에 숨어 있던 강도가 달려들어 가방을 나꾸어 챘다. 나의 한 손에는 꽃바구니가 들려져 있었다.
강도는 집앞 가까이 세워 놓은 차로 달려가 미리 대기하고 있던 다른 공모자와 함께 차를 몰고 도망을 가고 있었다. 나는 앞뒤 생각 없이 핸드백을 빼앗겼다는 억울함에 강도라고 소리 치며 꽃바구니를 차를 향해 던졌다.
한밤중의 고요함을 깨고 강도라고 외쳐대는 소리에 온 동네 사람들이 뛰어 나오고 지나가던 차들도 모두 멈추어 나를 도와주는데 합세하였다. “무슨 일이요?” “당신 남편은?” “누구에게 먼지 비상 연락을 해주랴”- 제각기 쎄룰라폰을 내밀며 도와주려는 온정의 손길들. 콜라와 물을 들고 나와 놀랜 가슴을 진정하라고 어깨를 감싸주며 먹여 주는 이웃들은 모두가 미국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건너 마을 불구경하듯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성거리다가 “여보, 들어갑시다 ”하는 사람은 바로 같은 동족 한인 부부였다. 그 상황에서 동족에게 느꼈던 것은 허탈한 미움뿐이었다.
그날밤 이웃 사람들의 신속한 도움으로 아들딸들이 달려 왔다. 그들은 모두 “흉기를 가지고 있는데 강도에게 대항하며 쫓아가다니요”하며 아찔해 했다. 그때 나는 삶과 죽음을 중간에 두고 강도 뒤를 쫓아간 것이었다.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인가.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는 예비지식이 있었더라면 동생 김경민씨가 귀한 생명을 잃지는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에 가슴이 저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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