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람의 주말나기
▶ 김원호씨 (광고 대행사 카피라이터)
광고 대행사 ‘SA&A’의 카피라이터 김원호씨(35). 비록 머리가 조금 벗겨지기 시작하긴 했지만 그를 보면 언제나 피리 부는 소년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안녕 너머 그의 눈빛은 항상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순수하게 반짝인다.
"누가 삐삐 쳤어?", "애인에게 거짓말하지 맙시다." 라는 카피로 1995년 대한민국 광고 대상을 수상한 그는 섬세한 감각을 지닌 언어의 연금술사. 그 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클레오 광고제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에 발을 들여놓았던 그는 좀 더 넓은 시장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젊은 날의 패기로 새 하늘과 새 땅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가장 큰 클라이언트 가운데 하나인 아시아나 항공이 운항을 증편했을 때, "월요일 두 번, 화요일 두 번, 주말에도 매일 두 번?" 하는 감각적인 문구로 사람들의 뇌리에 강한 이미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고등학교 다닐 때는 친구 세 명이 모여 통기타 반주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피리 부는 사나이’를 부르며 마냥 행복했었다. 대학 때, 축제 무대에 가끔 서기도 하던 그의 노래 부르기 취미에 불이 붙게 된 데는 한 집 건너 하나 꼴로 늘어난 노래방 덕이 크다. 그는 뽕짝 메들리, 만화 영화 주제가 메들리를 50여 곡 정도 계속 쉬지 않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레퍼토리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1998년부터 뒤늦게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그는 스스로를 아직 ‘날나리 신도’라고 일컫는다. 노래를 좋아하는 취향을 살려 뭔가 봉사는 해야할 텐데, 성가대는 왠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고 해서 시작한 것이 찬양 팀이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그의 스타 기질이 제대로 쓰임을 받게 된 셈이다.
토요일 오후 4시30분이면 나성 순복음 교회 예배당에 모여 찬양 팀과 함께 일요일 예배 때 무대에 오를 찬양을 준비한지도 벌써 다섯 달이 넘었다. 찬양의 가사를 깊이 음미하며 다른 사람들과 화음을 맞추다 보면 하늘 나라의 천사들이 바로 이런 기쁨으로 살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나.할 이 찬양을 들으며 눈물을 뚝뚝 흘릴 만큼 감동 받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 누구보다 넘치는 은혜는 바로 이를 준비하는 그의 몫이 아닐까.
그는 또 쇼핑몰을 다니며 윈도우 쇼핑을 하는 남자로서는 참 드문 취미도 갖고 있다. 우리 나라의 우수한 제품을 어떻게 광고하면 주류 사회에서 잘 팔리게 만들까, 돌 부딪히는 소리를 내가며 아이디어를 짜 보기도 한다. 바쁜 와중에도 그는 게티 센터를 찾아 고흐의 아이리스를 감상하고 서점에 들러 책을 읽으며 자칫하면 무뎌지기 쉬운 감각을 가다듬고 있다.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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