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남(41)씨는 말 그대로 배에서 막 내린 이민 초년생, FOB (Fresh Out of the Boat)이다. 올해 5월, 마흔이 넘은 나이에 새 하늘 아래에서의 삶을 시작했지만 지난 15년 동안 여행사를 직접 운영하며 73개국 여행 끝에 얻은 노하우 때문일까. 놀라우리 만치 빠른 속도로 이민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으니 말이다.
낮에는 비지니스를 운영하고 밤에는 목회자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다니느라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다시 하려니 문자 그대로 주경야독으로도 모자라 주말까지 밀린 공부를 해야 할 판. 하지만 이민 온 첫 해에 여행을 다니지 않으면 디즈니랜드는 고사하고, 영 미국 여행 다닐 기회를 갖기 힘들게 된다는 이민 선배들의 조언을 소중한 가르침으로 삼고 있는 그는 토요일이면 만사를 제쳐놓고 아내와 함께 LA근교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여행사에서 히트 상품을 기획했던 아이디어 맨답게 지난 몇 개월 동안은 LA 근교의 바닷가 여행이라는 스스로가 정한 여행의 테마를 충실히 구체화시켰던 기간이었다. 가까이 샌타모니카, 말리부, 레돈도 비치, 헌팅턴 비치에서부터 샌타바바라, 레오까를로, 라호야까지 참 여러 바다를 내 집 드나들 듯 찾았다.
가까이 두고 있어 귀한 줄 몰라 그렇지, 남가주의 바닷가는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여행객들이 바쁜 일정 가운데 꼭 찾아보는 세계적 관광지가 아니던가. 이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 다양한 사람들이 건강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LA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니 그에게는 이민 초기에 의례 갖게 되는 향수병을 앓을 틈이 없다. 문호 톨스토이가 말했듯이 가장 좋은 곳은 바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그는 주말마다 확인한다.
최근에는 여행의 주제를 보다 더 다양화시켜 라스베가스, 팜스프링스, 하와이 등 관광지는 물론이고 남가주의 좋다는 호수도 차례차례 찾고 있다. 호수 시리즈가 끝나면 친척들이 살고 있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의 도시도 여행할 계획이다. 일요일이면 LA에 유명하다는 수정 교회며 새들백 교회를 찾으며 예배와 관광을 동시에 해결하기도 한다.
뒤늦게 한 결혼, 사랑하는 아내와 단둘이서만 낭만적인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그라고 없었을까. 하지만 천성이 사람을 좋아하는 그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을 모아 자신의 셰비 아스트로 8인승 자동차에 모시고 다니며 여행 안내를 자청한다. 특히 연세 지긋하신 마을의 어른들과 함께 길을 떠날 때면 부모님께 미국 여행 시켜드리는 것 같은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고. 동네 어른들 사이에서는 그를 두고 요즘 보기 드문 젊은이라는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세상에 이처럼 아름다운 씨를 뿌리는 그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하다. 그가 주말마다 달려가 바라보는 바다를 닮은 마음 씀씀이로 인해 마냥 힘들 수 있는 이 이민 초년생의 생활은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롭다.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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