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와 파키스탄 국경 사이에 있는 타크테흐 폴에서는 반탈레반 파슈튠족이 탈레반군 포로 160명을 경기관총으로 난사, 집단처형했다고 파슈툰족의 한 고위 지휘관이 28일 밝혔다.
같은 날 마자르 이 샤리프 외곽에 있는 포로수용소에서 3일간 계속된 무장난동을 일으켰던 외국인 의용군 최소 400명을 전원 폭사 또는 사살했다고 북부동맹은 발표했다. 미·영 특수부대까지 진압군으로 참가한 이 사건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명피해를 놓고 국제사면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진상조사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보다 수일 앞서서는 헤라트 인근에서 이번에는 탈레반에 의해 집단처형된 북부동맹 병사 10여명이 시신이 발굴되면서 탈레반의 가혹행위가 다시 드러났다.
아프간 전장의 참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약탈·강도·살인…. 모두가 불과 2개월도 채안된 지질이도 못사는 가난한 나라의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달 7일 미군의 공습으로 시작된 아프간 전쟁을 정신없이 따라가면서 "그런가 보다"며 접한 소식들이다. 말이 "그런가 보다"지 사실 마음아픈 얘기들이다.
단순히 광기어린 전장의 참상을 다시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만은 아니다. 죽였다는 사람이나 죽었다는 사람이 다르고 사건의 발생 시점이나 장소가 다를뿐 모두가 전장을 무대로 과시되는 인간의 참담함을 다시 보기 때문이다.
아프간 전장의 대량학살 사건 ‘공식’에 ‘시간 = 1950년, 장소 = 한반도, 사살자 = 한국인, 피살자 = 한국인’을 대입해도 얘기가 너무 자연스럽다. 바로 한국전쟁에서 발생한 양민학살 사건이 되살아난다.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피살자의 규모다. 지금까지 보도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학살이라는 것이 그래봤자 1,000명 수준이다. 그것도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니지만, 이 정도를 가지고 집단학살이니 어쩌니 떠드는 것을 보면 아프간 사람들은 ‘쩨쩨하기’ 짝이 없다.
한국을 보라.
지난 여름 방영된 한국 MBC-TV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보면 한국전쟁 당시 남한군경이 학살한 남한국민의 숫자가 60-120만명이라고 돼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있었던 이 문제에 대한 심포지움에서는 남한군경에 의해 학살된 남한국민만 10만-30만명이라고 보고됐다. 시간이 갈수록 조사가 계속될수록 밝혀지는 진상의 규모에 실로 충격을 금할 수 없다.
60-120만명이라니 중간을 잡으면 90만명이고 당시 남한 국민을 2,000만명으로 본다면 약 5%에 이르는 국민이 ‘그 놈의’ 국가안보라는 미명으로 자국 군경에 의해 처형됐다는 얘기가 된다. "집단학살이라는 말을 쓰고 싶으면 이쯤은 돼야지, ‘소심’하기는…."
그래도 탈레반은 형식적으로 재판이라도 했다거나, 그래도 포로수용소 사건은 포로들이 먼저 총을 쏜 것 아니냐고 말할 정성이나 남았는지 모르겠다. 갈수록 뭐가 뭔지 아는 게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정부의 진상규명 약속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조차 어리석었음을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