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요란하다. 또 어김없이 등장한 구세군 냄비. 찬 공기를 가르고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바쁜 걸음이 멈추어진다. 부산함 가운데 들리는 맑은 종소리다. 그래도 누군가가 있어 불우한 이웃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또 한 해가 간다. 어느덧 세밑. 세월이 저만치 달려간 것이다.
해가 바뀌기 전에 한 번이라도 만나야지. 멀리 떨어져 있으니 안부의 사연이라도 보내야겠고… 그리운 사람들. 못 다한 일. 즐거웠던 옛 고향의 추억. 여러 상념이 몰려든다. 세밑은 그래서 들뜨는 계절이다.
언제부터인가. 동문회다 향우회다 망년회로 시작돼 망년회로 끝나는 게 세밑이 됐다. 망년의 시즌은 올해도 본격 펼쳐졌다. 주말이면 호텔마다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친구를 만나고 옛 은사를 만난다. 어릴 적 고향 친구와 뜻밖의 해후가 이루어진다. 정다운 얼굴. 그 만남 속에 새삼 세월이 느껴진다.
그리운 얼굴들과의 만남. 이야기꽃이 핀 즐거운 순간들. 만남은 그 자체가 축복이다. 삶의 아름다운 장면 장면들이다. 훈훈한 세밑의 풍속도다. 한 해를 보내면서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 함께 먹고 마시며 춤을 춘다. 참으로 즐겁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먹고 마시고 춤추는 일만 되풀이된다면 망년의 모임은 그 의미가 반감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꽃은 그 나날이 짧아 아름답다. 짧아서 아름다운 인생일 수도 있다. 인생의 아름다움이, 생명의 귀중함이 더 절실히 느껴진 한 해다. 2001년 9월11일. 전혀 예기치 못했던 테러 참사로 수천을 헤아리는 고귀한 생명이 희생됐다. 시간조차 그대로 정지된 느낌을 준 그 날이다. 그 희생은 그러나 더 많은 것을 일깨워 주었다. 인생은 아름답다. 그러므로 삶의 그 소중한 순간 순간들이 결코 허비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세밑은 음울한 계절이 되기 쉽다. 불경기 여파로 실직한 가장에게 겨울 바람이 파고든다. 위로를 받지 못해 그 바람은 더 매섭고 더 춥다. 밝은 빛 아래 모여 즐겁게 먹고 노는 사람들.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 세밑은 스산하게 다가온다.
나눌 때 세밑은 따뜻해진다. 물질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눌 때 세밑은 한층 밝아진다. 이것은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가능하다. 나의 아주 작은 정성이 소외된 이웃에게 큰 위로가 된다. 나를 통해, 또 너를 통해 나눔의 축복을 흘려 보내는 세밑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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