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 박봉현 편집위원
3가와 버몬트 애비뉴 교차로에서 서쪽으로 향하던 운전자A는 신호등에 노란 불이 몇 번 깜박이다 빨간 불로 바뀌려는 상황에서도 아랑곳 않고 질주한다. 이곳에 교통위반자를 적발하는 무인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지만 해가 서쪽으로 떨어지면서 운전석으로 빛을 뿌려 카메라에 찍혀도 식별이 불가능해 사진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세풀베다 블러버드와 내셔널 블러버드 교차로를 지나는 운전자B는 감시카메라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통과한다. 다소 위험하긴 해도 ‘얼굴 없는 운전자’에 법을 집행할 수 없으니 사진은 휴지통에 버려질 수밖에 없다.
6가와 알바라도 스트릿을 달리는 운전자C는 챙 달린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어 감시카메라로는 도저히 분간해낼 재간이 없다. 라브레아 블러버드와 로데오 로드의 운전자D는 흐린 날인데도 선글래스를 낀 채 핸들을 잡고 있다. 눈이 사람을 식별하는 가장 중요한 신체부위란 점을 감안하면 감시카메라로선 속 타는 일이다.
베벌리힐스의 윌셔 블러버드와 라시에네가 블러버드 교차로에는 차량 정면에서만 사진을 찍도록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앞 번호판이 없는 운전자E의 차량은 빨간 불에 달려도 벌금을 낼 필요가 없다. 법원은 이들의 경우 감시카메라의 사진을 증거 불충분으로 처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남가주에서는 지난 97년 옥스나드에 처음으로 감시카메라가 선뵈었고 이어 베벌리힐스에도 등장했다. LA에는 현재 4,300여 교차로 중 8곳에 설치돼 있으며 내년 4월1일부터는 16개의 카메라가 마구 셔터를 눌러댈 예정이다.
올해 LA 교통사고가 10% 상승한 것과 대조적으로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교차로 8곳 중 5곳에서의 사고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효능이 어느 정도 입증됐으니 감시카메라는 점점 늘어날 추세다.
빨간 불에 교차로에 진입하면 카메라가 작동하고 차량의 앞 번호판, 운전자의 얼굴, 차량 위치 등이 찍히면 꼼짝없이 271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 가운데 60달러는 카메라 시스템을 관장하는 사기업에 돌아간다. LA의 감시카메라를 맡고 있는 ‘컴퓨터서비스사’는 티켓이 곧 돈이니 ‘건수 올리기’에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고 억울해하는 운전자들이 법원에 들락거려야 하는 상황도 속출할 것이다.
이런 저런 꾀로 감시카메라를 약올릴 수 있겠지만 100% 안심할 수는 없다. 가장 확실하게 감시카메라를 따돌리는 방법은 노란 불에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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