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동문회가 자주 열리는 요즘, 지난해에 비해 일취월장한 춤 실력을 뽐내는 이들이 꼭 있다. 그리고 보니 달라진 건 춤 솜씨뿐이 아니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가슴을 쫙 편 자세에서는 자신감과 함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까지 읽혀진다. 행복감에 가득 차 있는 그들의 표정, 도대체 지난 한 해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들의 변화에는 이유가 있었다. 원인은 춤바람. ‘춤’ 하면 의례 시장 바구니 든 중년 여인들이 카바레에서 불륜의 현장을 들킨 모습을 연상하는 우리들에게 춤바람이라는 표현이 조금 점잖지 않게 생각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들의 삶이 갑작스럽게 활기를 띠게 된 것을 보면 춤이 가져다 준 변화는 바람이라도 보통 휘몰아치는 마파람이 아닌 것 같다.
4년 전만 해도 연말 모임에서 엉덩이 무겁게 굳세어라 자리를 지키고 있던 권기상씨(53· 주유소 운영)는 금년 동문회 연말 파티를 손꼽아 기다렸다. 꼭 동문회 때 실력 발휘가 목적은 아니었지만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저녁 시간, 아내와 함께 사교춤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갈고 닦은 춤 솜씨를 발휘할 기회를 굳이 피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몇 해 전, 미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었던 Shall We Dance라는 일본 영화에서처럼 자녀들 다 키워 놓은 그는 중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볼룸 댄스 레슨을 시작했다.
영화에서는 그렇게 멋있어 보이는 댄스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발도 엄청 밟았고 머뭇머뭇 어정쩡한 스스로의 모습에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많았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두 번 받는 레슨만으로 많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피아노와 골프 매한가지. 권씨의 경우 집의 거실 벽을 모두 유리로 바꾸고 일주일에 레슨 외에 적어도 두 시간 정도 꾸준히 연습을 한 열정을 쏟은 결과, 시작한 지 6개월 후부터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4년 정도 꾸준히 계속한 결과 이제 그는 물찬 제비가 다 됐다. 차차차, 왈츠, 삼바, 룸바, 탱고, 자이브 등 다양한 리듬을 타고 나빌레라 멋진 춤 솜씨를 자랑하는 그는 주말이면 친구 부부와 함께 레슨을 받고 댄스 오픈 파티에 참가해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중년 이후 남남처럼 살기 쉬운 부부관계에 탄력을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운동량이 많아 비만을 해소에도 좋고 성인병 예방에도 최고라고 하는데, 그의 댄스 예찬론이 결코 과장은 아닌 것 같다.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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