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할러데이 시즌 무렵에 뉴욕의 센트럴 파크 사우스 거리에 나가보면 관광 통계 같은 것은 없어도 경기 지표를 알 수 있다. 바로 거리의 여물통들이 꽉 찼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것으로 통 속에 귀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말을 먹인다는 말로, 센트럴 파크에서 관광용 마차를 모는 마부들이 돈을 잘 벌수록 말에게도 먹이를 많이 준다.
뉴욕 주민은 거의 모두, 특히 관광업계는 장사가 안 되는 요즘이지만 매일 아침 이 거리에는 수십개의 귀리통이 꽉꽉 차서 도착하니 10년 넘게 마차에 관광객을 태우고 센트럴 파크를 누벼온 이안 맥그리버(33)나 그의 동생인 콜름(32)에겐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왜 좋은지를 콜름은 이렇게 설명한다. "귀리는 고열량 식품입니다. 장사가 잘 안되면 말을 많이 먹이면 안됩니다. 기운이 넘치는 말을 줄에 묶고만 있을 수도 없으니까요"
9월 11일 사태의 여파가 센트럴 파크에 미치지 않았을 리는 없다. 사건 후 첫주에는 거리는 물론, 공원과 호텔, 식당들이 모두 텅텅 비어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고 맥그리버 형제는 입을 모은다.
그렇지만 요즘 아침 10시쯤 요즘 센트럴 파크 사우스를 걸어보면 마차 손님이 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피프스 애버뉴와 애버뉴 오브 어메리카스, 세븐스 애버뉴의 마차 승합장에는 공원국이 센트럴 파크에 마차 입장을 허용하는 아침 10시 이전부터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서있다. "작년보다는 물론 못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좋습니다"고 이안은 웃으며 말한다.
센트럴 파크의 마부들은 할러데이 시즌이면 보통 하루 8시간 근무중 오후에 잠깐 휴식시간을 갖고도 10~14번 손님을 태워왔다. 그러나 테러사태 이후 해외 관광객들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대부분 아일랜드에서 갓 이민 온 이들인 마부들은 하루에 2~3번 태우면 운 좋은 날이려니 여기게 됐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1시간에 2~3번을 돌 정도가 되었고 어떤 이는 하루에 16번을 태우기도 한다.
할러데이 시즌은 원래 연간 수입의 5분의 1을 버는 대목이긴 하지만 맥그리버 형제는 올해 장사가 1999년만큼은 못할지라도 제발 9월 11일 이전 수준으로는 돌아가길 희망하고 있다. 그들에게도 청구서가 쌓이고 있기 때문으로 우선 마굿간 사용료로 한달에 800달러가 들고 사료비로 수백불이 더 들어간다. 거기에 의료비로 있고, 현재 몰고 있는 말이 아프거나 사고날 경우에 대비해서 몬티첼로의 농장에서 기르고 있는 말에게도 돈이 들어간다. 거기에 시 소비자국과 교통국에 내야하는 허가비와 수수료, 보건국에서 실시하는 마부교육에도 참가해야 한다.
해마다 1, 2월에는 손님이 가장 없지만 시는 마부들이 손님을 끌려고 가격을 내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마차는 첫 30분 타는데 34달러고 이후 15분 추가할 때마다 10달러씩을 더 내야하는데 마부들은 보통 한번 손님을 태우면 팁 포함해서 40달러를 받으므로 30분 코스를 20분에 주파하곤 한다.
손님이 있건 없건 매일 아침 8시30분이면 마굿간으로 가서 말을 닦고 상태를 점검하는 맥그리버 형제는 최근의 회복세를 겨울인데도 가을처럼 온화한 날씨와 세계무역센터 폭파후 줄리아니 시장과 파타키 주지사등이 총 출연한 TV의 뉴욕 관광 유도 캠페인 덕으로 돌린다. 그러나 이안은 줄리아니 시장에게 9월 11일 이후가 아니라, 9월 11일 이전의 업적 때문에 더 감사한다. 이안이 기억하기에 가장 장사가 안된 해는 1991년으로 불경기보다는 뉴욕의 기록적인 범죄율 때문이었다. 센트럴 파크 안팎에서 줄을 잇던 끔찍한 살인, 강간, 폭행, 머깅등을 척결해서 뉴욕의 이미지를 쇄신시켜 관광객들이 다시 오게 해준 것이 바로 줄리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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