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영화사들을 향해 추파를 던졌다.
데이비스 주지사는 11일 영화제작자들의 타지 이전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제작사에 대규모 세금 크레딧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현지의 비싼 제작비 등을 이유로 TV와 독립영화 스튜디오들이 밖으로 나도는 현실에서 더 이상 ‘영화제작의 메카’라는 허울 좋은 간판에만 의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데이비스 주지사는 조만간 버뱅크에서 영화산업의 노조대표들과 만나 2004년부터 영화사들에게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하되 첫해에는 5,000만달러, 두번째 해에는 8,000만달러, 세번째 해에는 1억달러로 크레딧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데이비스 주지사의 세제혜택은 편당 제작비가 1,000만달러 이하인 저예산 영화제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영화 한편에 평균 5,500만 달러를 쏟아 붓는 대형 스튜디오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물론 영화 한편에 출연하는 대가로 2,000만달러를 거머쥐는 줄리아 로버츠와 같은 수퍼스타들도 해당이 안 된다. 결국 저예산 독립영화와 TV용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가 주 대상이 되는 셈이다.
영화사들의 탈 캘리포니아 바람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허리케인급으로 변했다. 90년대에 촬영된 영화 4편 가운데 한 편이 해외에서 제작됐을 정도다. 미 감독협회와 영화배우협회가 1999년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에 해외로 흘러나간 영화제작비는 물경 30억달러였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의 경제 전체에 파급된 손실은 100억달러 이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제작지로는 캐나다와 호주가 꼽힌다. 특히 캐나다는 물가가 싸고, 자국 달러가 미국의 달러화에 현저한 약세를 보일 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에 미국의 스튜디오들은 편당 제작비를 25% 가량 줄일 수 있다.
곧 개봉할 예정인 남북전쟁을 다룬 영화 ‘콜드 마운틴’이 캐나다에서 촬영됐고 캔사스를 배경으로 한 워너브라더스의 TV드라마 시리즈 ‘스몰빌’(Smallville)과 팍스사의 소프오페라 ‘패사디나’(Pasadena)마저 캔사스나 패사디나가 아닌 캐나다의 뱅쿠버에서 제작되고 있다.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의 해외제작이 늘어나면서 LA카운티의 영화제작 종사자들의 수도 99년 11월 현재 전성기의 27만2,000명에서 3만2,900명이나 줄어들었다. 데이비스 주지사의 제안을 중간선거를 앞둔 노조 달래기라며 의혹 어린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없지 않으나 영화제작의 수도라는 캘리포니아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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