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는 매스컴들이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를 본령처럼, 경제학교수나 실제로 돈번 이들을 운동경기 승리자처럼 무용담들을 늘어놓게도 하지만, 실제로 지혜롭게 돈을 모으는 내용은 세상사의 큰 도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돈을 모은 다음이 궁금해진다.
돈은 사회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도구일 뿐인데, 그것이 주체가 된 화폐에 지배당한 세상. 돈 많은 사람만이 설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미국에서 돈 많은 이십 명을 추적 해보니 정신질환 중에 있는 사람,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다수 중에서 두 명은 그중 나은 편인데, 이유는 많은 돈을 사회에 환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오래 전 신부님의 강론 요지다.
많은 재산을 가진 동포를 만나면 가진 것들이 속을 썩여 한숨을 몰아 쉰다. 부유함이 곧 행복이란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미국 사는 필자의 동창은 어느 날 아침 몇 년째 해온 비즈니스 문 앞에 서자 헛구역질이 나 그 길로 가게를 팔아 버렸다. 그나마도 풋볼시합이 있는 날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온 식구가 가게 문 잠그고 경기장으로 갔다면 한인들은 어처구니없다고 웃었겠지만 미국 손님들은 오히려 그런 그를 좋아한다. 집을 담보로 두 번째 융자받아 일년을 잘 쉬다가 새로 가게를 샀다. 미국 구경도 잘해 아이들에게 꿈도 많이 심어주었고 지금은 여전히 장사를 잘한다.
우리 가게 손님들은 모두 미국인들, 그들은 전부 월세 아파트에 산다. 번듯한 직장, 유럽여행 하다 못해 동부여행을 위한 휴가를 꼬박꼬박 챙기고도, 계절 따라 스키 낚시를 떠나면서도 언제나 아파트 신세를 면할 건가 한숨쉬는 이는 없다. 필자가 교외에 단독주택에 산다고 부러워하기는커녕 성탄절에도 문을 여는 가여운 사람으로 바라본다. 그들은 저택을 방문해도 부유 속에 가려진 사람만을 찾아보고 온다.
아침이면 급식소에서 한술 뜨고 싸구려 술 한 병 사들고 나가는 거렁뱅이 얼굴은 세상을 다 얻은 듯 만족해 보인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모국의 잘 나가는 2세 재벌총수는 얼마나 사는 게 힘들고 괴로웠는지 늦게 잠들어 언제 일어날지 몰라, 페블-비취 그 비싼 골프장을 오전 내내 전부를 부킹 했었다지만 간이 작은 소시민은 조금도 부럽지가 않다.
아시아 박물관에 천 오백만 불을 희사해서 한인들의 자존심을 세워준 이종문회장은 라면 한 개를 쪼개어 아껴 먹은 파산의 과거를 가진 분이다. 자신은 검소하게 살면서도 값지게 번 돈을 사회에 환언하는 활짝 편 손이 존경스럽지만, 필자는 그분이 독서광인 점이 더 마음에 든다.
필자의 거래은행은 카이저 빌딩 일층에 있다. 이층 넓은 벽면에는 언제나 아마추어 화백들의 그림이 전시된다. 필경 시티 칼리지에서 그림 공부하던 노인들 작품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한 수채화 앞에 선다. 유구한 세월을 품은 보랏빛 먼 산, 산을 감싸안은 강물, 눕고 싶은 흰모래 밭, 사랑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주는 노란 들꽃, 그곳에서 평화를 담아온 무명의 화백이 정말 부럽다 부자보다도.
2년째 건너편에 세워지는 아파트의 맥시컨 엔지니어, 그가 44세가 되는 내년이면 퇴직하고 자신을 위한 삶은 살겠다고 말했을 때, 60세를 갓 넘긴 나이에 혼수 상태에서 정신이 들 때면 두개의 비즈니스를 번갈아 챙기다 딴 세상으로 떠난 동포 한 분이 생각이 났다.
우리들 인생은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개개인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챙기지 못하고, 하고 싶었던 작은 소망들도 잃고 떠나게 된다.
이제 일의 도구화된 자신, 일에 대한 비중에서 반이라도 찾아, 폐쇄회로에로 들어선 자아를 찾아 내야한다.
<세상 죽어라고 멜로드라마였고 증권이고 사이버 꾼이다 / 날마다 스포츠뿐이다 >(고은, 오늘저녁의 노래 중에서), 너나없이 여가가 이 정도로 선용된다는 것도 문제지만 한정된 인생을 돈의 노예로 날려 버리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노릇이다.
늙어 가면서도 그나마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이들은, 타인을 배려하며 살기 때문이다. 공기의 고마움 못지 않게 사람 사랑하는 모습만큼 귀하고 소중한 것은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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